“혈당이 낮아지면 감정 조절력도 떨어진다… ‘배고픔’이 관계를 해칠 수 있는 이유”

사진 =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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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프면 괜히 짜증나는 이유, 과학이 있다”

허기가 질 때 우리는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집니다. 차량 경적 소리, 파트너의 농담, 누군가의 씹는 소리조차 짜증의 불씨가 되죠.

그렇다면 단순히 기분이 나빠지는 것을 넘어, 공복 상태에서 부부 싸움을 하는 것이 실제로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심리학 박사는 연구를 인용해 “왜 배고플 때 감정이 통제되지 않는가”를 과학적으로 설명했습니다.

낮은 혈당이 감정 조절력을 무너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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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PNA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혈당이 낮을수록 사람들은 자기통제력이 떨어지고, 파트너에게 더 쉽게 상처 주는 말을 하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구진은 107쌍의 부부를 21일 동안 추적 관찰했습니다. 참가자들에게는 각각 ‘파트너를 상징하는 인형’과 51개의 핀을 주고, 하루 두 번 혈당을 측정한 뒤 화가 날 때마다 인형에 핀을 꽂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혈당이 낮은 사람일수록 핀을 두 배나 더 많이 꽂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참가자가 파트너에게 시끄러운 소리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하도록 했는데, 이때도 혈당이 낮은 그룹이 훨씬 더 길고 큰 소리를 선택했습니다.

즉, 공복은 단순한 배고픔이 아니라 뇌의 에너지 결핍으로 인한 자기통제력 저하 상태라는 의미입니다.

연구팀은 “뇌는 신체 질량의 약 2%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섭취한 칼로리의 20%를 소비할 만큼 에너지를 많이 쓰는 기관”이라며 “혈당이 떨어지면 감정 조절에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공복 상태의 말다툼은 관계를 해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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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복일 때 감정이 쉽게 폭발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에너지가 부족하면 논리적 사고보다 본능적 반응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배가 고플 때의 논쟁은 대부분 해결이 아닌 상처로 끝나기 쉽습니다.

한 부부상담사는 “배고픈 상태에서의 논쟁은 결혼 생활을 해칠 수 있는 행동 중 하나”라고 말합니다. 특히 “논리보다는 감정이 우위에 서게 되고, 사소한 말 한마디가 쉽게 폭언으로 번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싸워야 한다면? “식사 후에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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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꼭 대화를 해야 한다면, 작은 간식이라도 섭취한 후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에너지바, 과일, 견과류 등 혈당을 안정시키는 간단한 음식만으로도 감정의 급격한 기복을 줄일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렇게 조언합니다. “중요한 문제를 배우자와 논의할 때는 식사 중 또는 식사 후에 하는 것이 좋습니다. 절대 공복 상태에서는 하지 마세요.”

대화를 시작하기 전, 다음 세 가지 조건을 점검해보세요.

-배고프지 않은가? – 혈당이 안정된 상태에서 감정 조절이 용이합니다.

-피로하지 않은가? – 피로는 판단력을 흐리게 합니다.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인가? – TV나 스마트폰 등 산만한 요소를 제거해야 합니다.

건강한 대화의 기술

식사 후라도 대화의 방식은 매우 중요합니다.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건강한 논의법’을 권장합니다.

-“당신이…”보다 “나는…”으로 시작해 비난의 화살을 줄이기

-이름 부르기, 비꼬기, 소리 지르기 금지

-감정이 격해지면 잠시 휴식 시간 갖기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고, 요약해서 확인하기 (“당신 말은 이런 뜻이죠?”)

이런 태도 변화만으로도, 같은 주제의 논쟁이 싸움이 아닌 대화로 바뀔 수 있습니다.

“배고픔은 감정의 적이다”

배고픔은 단순한 생리적 신호가 아니라 감정 조절 능력을 떨어뜨리는 생화학적 신호입니다.

공복 상태에서는 사소한 말 한마디가 큰 갈등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다음 번에 파트너와 의견이 엇갈릴 때는 잠시 냉장고로 향하세요. 한 입의 음식이 당신의 관계를 구할지도 모릅니다.

“화가 나기 전에, 우선 배부터 채우세요.” 감정도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공복의 싸움은 이길 수 없습니다.

이서윤 기자 sy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