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치명적 결함’ 지목하며 규제 착수… 현대·기아차도 비상
결국 테슬라도 백기투항 “문 손잡이 전면 재설계하겠다”

테슬라 모델3 / 사진=Tesla 코리아
테슬라 모델3 / 사진=Tesla 코리아




미래지향적 디자인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테슬라의 전자식 문 손잡이가 ‘치명적 결함’ 논란의 중심에 섰다. 평소에는 차체에 매끈하게 숨어있다가 운전자가 다가오면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이 기능이, 정작 위급 상황에서는 탑승자의 탈출을 막는 족쇄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현실이 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칼날, 전자식 도어를 정조준하다



논란이 거세지자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과 중국이 먼저 칼을 빼 들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최근 테슬라 모델3 약 18만 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차량 화재 시 문이 열리지 않아 발로 차고 탈출했다는 한 차주의 청원이 발단이 됐다. 그는 비상시 수동으로 문을 열 수 있는 장치가 너무 깊숙이 숨겨져 있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고 주장했다.



테슬라 모델3 플러스 / 사진=Tesla
테슬라 모델3 플러스 / 사진=Tesla


중국의 대응은 더욱 빠르고 강력하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최근 완전 매립형 문 손잡이를 단계적으로 퇴출하는 국가 표준 초안을 발표했다. 2027년부터 신차에 적용하고, 기존 차량도 2028년까지 개선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이다. 모든 문에 기계식 잠금 해제 기능을 갖춘 외부 손잡이 장착을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다.

10년간 15명의 비극적인 죽음



블룸버그통신의 보도는 충격을 더한다. 지난 10년간 충돌 후 화재가 발생한 테슬라 차량에서 문이 열리지 않아 탑승자나 구조대가 손을 쓰지 못한 사례가 최소 12건이며, 이로 인해 15명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발생한 테슬라 사고로 5명이 숨졌고, 9월 독일에서도 3명이 같은 방식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테슬라 모델3 / 사진=Tesla 코리아
테슬라 모델3 / 사진=Tesla 코리아


전자식 문 손잡이는 공기 저항을 줄여 주행거리를 늘리고 디자인을 매끈하게 만드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배터리가 방전되거나 충돌 충격으로 전원이 차단되면 무용지물이 된다. 저온 환경에서 얼어붙어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물론 비상용 기계식 장치가 있지만, 대부분의 운전자는 그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고 위치를 찾기도 어렵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영향권, 국내 규제는



이 문제는 더 이상 테슬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차 아이오닉5·6, 그랜저와 기아 EV6·9 등 국내 주요 전기차와 고급 모델에도 전자식 손잡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당장 중국의 규제가 확정되면 현지 판매 모델의 설계 변경이 불가피하며, 이는 글로벌 부품 전략에 따라 국내 모델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테슬라 모델3 / 사진=Tesla 코리아
테슬라 모델3 / 사진=Tesla 코리아


우리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 산하 자동차기술기준조화포럼에서 관련 안전 규제를 논의 중이며, 국제 기준이 확정되면 국내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올해부터 자동차 안전도 평가(KNCAP)에 ‘충돌 후 탈출·구출 안전성’ 항목을 신설해 평가에 들어갔다.

논란이 확산되자 테슬라도 결국 백기를 들었다. 프란츠 폰 홀츠하우젠 디자인 책임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비상 상황에서 더 쉽게 작동하도록 전자식과 수동식 장치를 통합하는 방향으로 문 손잡이를 재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의 화두였던 ‘디자인 혁신’이 ‘안전’이라는 기본 가치 앞에서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