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시장의 대세는 SUV라지만, 중고차 시장의 선택은 달랐다. ‘국민 세단’ 그랜저가 판매량 1위에 오르며 변치 않는 인기를 증명했다.
실용성과 경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3~5년 된 휘발유 세단을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네시스 G80 / 사진=Genesis
신차 시장은 바야흐로 SUV의 시대다. 도로 위 풍경이 바뀌고, 제조사들은 앞다퉈 새로운 SUV 모델을 쏟아낸다. 하지만 한 걸음 뒤, 중고차 시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SUV의 거센 공세 속에서도 전통의 강자 세단이 굳건히 왕좌를 지키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모델 경쟁력’, ‘합리적인 가격’, ‘소비 심리’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중고차 시장의 흐름을 명확히 보여준다. 신차 시장의 트렌드가 왜 중고차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는 것일까.
상위권 점령한 세단, SUV는 없었다
그랜저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롯데렌탈이 공개한 2025년 중고차 판매 데이터는 흥미로운 사실을 보여준다. 판매량 1위는 현대차 그랜저(9.2%)가 차지했다. ‘성공의 상징’으로 불리던 그랜저의 명성이 중고차 시장에서도 여전히 유효함을 입증한 셈이다.
2위 역시 세단인 아반떼(8.7%)였다. 기아 니로가 3위에 오르며 SUV의 체면을 지켰지만, 4위와 5위는 K5와 쏘나타가 연이어 이름을 올렸다. 판매량 상위 5개 모델 중 4개가 세단인 것이다. 범위를 10위까지 넓혀도 7개 모델이 세단일 정도로 편중 현상은 뚜렷했다.
물량은 늘었지만 개별 모델 경쟁력은 아쉬워
물론 중고차 시장에서도 SUV의 비중 자체는 커지고 있다. 전체 차종별 판매 비율에서 SUV는 약 40%를 차지하며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성장했다. 신차 시장에서 팔린 SUV들이 중고 매물로 유입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결과다.
쏘렌토, 스포티지, 싼타페와 같은 인기 중형 SUV들은 꾸준한 수요를 보이며 시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그랜저나 아반떼처럼 개별 모델이 판매 순위 최상위권을 장악하는 ‘한 방’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SUV 모델로 수요가 분산된 영향도 있지만, 세단이 가진 상징성과 상품성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소비자는 가성비를 택했다
이러한 세단 선호 현상은 소비자들이 중고차를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맞닿아있다. 유종별 판매량을 보면 휘발유 차량이 57%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하이브리드(16.4%)와 디젤이 그 뒤를 이었다.
연식 데이터는 더욱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다. 출고된 지 3~5년 된 2021~2022년식 차량이 전체 판매의 69.8%를 차지했다. 신차 보증 기간이 남아있거나 막 끝난 시점으로, 차량의 품질과 상품성은 검증됐으면서도 가격은 신차 대비 크게 저렴해지는 ‘골든 타임’인 셈이다.
결국 2000만 원대 예산으로 구매할 수 있는, 주행 안정성과 승차감이 뛰어난 검증된 국산 세단이 현재 중고차 시장의 ‘필승 공식’인 것이다. 신차 시장의 화려한 트렌드보다 내실 있는 소비를 택하는 현명한 구매자들이 중고차 시장의 판도를 이끌고 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