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마칸 일렉트릭, 출시 1년 만에 중국 CATL 배터리 대신 삼성SDI 채택.
단순 연식 변경으로 공급사를 교체한 이례적 결정,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마칸 일렉트릭 2026년형 / 사진=포르쉐
마칸 일렉트릭 2026년형 / 사진=포르쉐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 흥미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포르쉐가 2026년형 마칸 일렉트릭의 배터리 공급사를 중국 CATL에서 삼성SDI로 전격 교체한 것이다. 출시 단 1년 만에 이뤄진 이번 결정은 업계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연식 변경만으로 심장을 바꾼 이유

통상적으로 자동차 업계에서 배터리 공급사는 완전 변경(풀체인지)이나 부분 변경(페이스리프트) 시점에 교체된다. 차량 설계 초기부터 배터리 제조사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개발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르쉐는 단순 연식 변경 모델에 기존 CATL의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대신 삼성SDI의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를 탑재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포르쉐의 주요 전기차 라인업인 타이칸, 마칸, 카이엔 모두 K-배터리를 품게 됐다.



마칸 일렉트릭 2026년형 / 사진=포르쉐
마칸 일렉트릭 2026년형 / 사진=포르쉐

성능이 증명한 K-배터리의 가치

포르쉐가 선택한 것은 삼성SDI의 최신형 ‘P6’ 각형 배터리로 알려졌다. 이 배터리는 니켈 함량을 91%까지 끌어올리고 음극재에 실리콘을 적용해 에너지 밀도를 극대화한 하이니켈 제품이다.
덕분에 마칸 일렉트릭 터보 모델은 최고 출력 639마력,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3.3초 만에 도달하는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도 최대 474km에 달한다.

포르쉐 측은 “배터리 선택에 있어 비용보다 성능과 신뢰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고 밝혀왔다. 삼성SDI가 비중국계 제조사 중 유일하게 기존과 동일한 각형 배터리를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점도 차량 설계 변경 없이 교체가 가능했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무시할 수 없는 한국 시장의 영향력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가파르게 성장하는 한국 수입차 시장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 지난해 수입차 점유율이 사상 처음으로 20%를 돌파했으며, 특히 수입 전기차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약 600%라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은 한국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마이바흐는 세계 최초의 단독 브랜드 센터를 서울에 열었고, 마세라티는 주력 모델의 가격을 인하하며 한국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한국 시장이 중국과 일본을 대체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면서, 한국 소비자의 선호도가 브랜드의 주요 부품 선택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하이니켈 NCA가 적용된 삼성SDI의 프리미엄 배터리 / 사진=삼성SDI뉴스룸
하이니켈 NCA가 적용된 삼성SDI의 프리미엄 배터리 / 사진=삼성SDI뉴스룸


저가형 시장에서는 중국산 배터리의 공세가 거세지만, 기술력과 신뢰성이 중요한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서는 K-배터리의 위상이 여전히 굳건함을 이번 사례가 명확히 보여준다. 포르쉐의 선택이 다른 럭셔리 브랜드들의 배터리 전략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