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시장 10년 만의 역성장, 이 속에서 쉐보레·BMW마저 제친 현대차그룹. 세액공제 중단이라는 악재를 돌파한 비결은 아이오닉5와 EV9에 있었다.

EV9 / 사진=Kia
EV9 / 사진=Kia


미국 전기차 시장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뒷걸음질 쳤다. 모두가 숨을 죽인 시장 침체기 속에서 현대차그룹이 테슬라에 이어 판매량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보조금 중단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룬 성과다. 현대차그룹이 GM과 BMW 등 쟁쟁한 경쟁자를 밀어내고 미국 시장의 강자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 핵심은 ‘대표 모델’의 경쟁력과 ‘가격 전략’, 그리고 ‘신속한 대응’ 세 가지로 요약된다.

얼어붙은 시장 속 이뤄낸 2위 쾌거



시장조사기관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2025년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총 127만 5,714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약 2% 감소한 수치로, 지난 10년간 꾸준히 성장해 온 시장의 흐름이 처음으로 꺾인 것이다.

이러한 시장 위축에도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은 총 9만 9,553대를 판매하며 테슬라의 뒤를 이어 통합 2위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 대표 브랜드인 GM의 쉐보레(9만 6,951대)를 근소한 차이로 앞지른 결과로, 시장의 파이를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이오닉5와 EV9, 전동화 전략의 선봉장



이번 성과의 일등 공신은 단연 아이오닉5와 EV9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 단일 모델만으로 6만 5,717대를 판매하며 실적을 이끌었고, 기아는 북미 올해의 차에 선정된 대형 전기 SUV EV9을 앞세워 3만 3,836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 두 모델의 강력한 경쟁력은 그룹의 전동화 라인업이 미국 시장에서 통했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개별 브랜드 순위에서도 현대차는 3위, 기아는 8위에 오르며 캐딜락, BMW, 리비안 등 전통의 강호와 신흥 주자들을 모두 제쳤다.

세액공제 종료, 공격적 가격 정책으로 돌파



시장이 역성장한 가장 큰 원인으로는 최대 7,500달러에 달했던 연방정부의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혜택이 2025년 9월 말로 종료된 점이 꼽힌다. 혜택 종료를 앞두고 3분기에 수요가 몰린 뒤, 4분기에는 판매량이 급감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했다. 세액공제가 종료되자마자 아이오닉5의 가격을 최대 9,800달러(약 1,300만원) 인하하는 등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쳤다. 이는 보조금 공백으로 구매를 망설이던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결정적 한 수가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장 둔화를 구조적 후퇴가 아닌 과도기적 조정으로 분석하며, 현대차그룹의 발 빠른 대응이 점유율 방어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한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