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월 500대 팔릴 때 해외에선 쏘렌토 2배 넘게 팔렸다

북미 시장 휩쓴 진짜 이유는 ‘가격’과 ‘공간’, 국내 소비자만 놓친 가치



국내 소형 SUV 시장의 부진 속에서 유독 기이한 현상이 포착된다. 한국 도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특정 국산차들이 해외 시장에서 연간 수십만 대씩 팔려나가는 것이다. GM 한국사업장이 생산하는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 모델의 성공 배경에는 세 가지 핵심 요소가 있다. 바로 압도적인 수출 실적과 가격 경쟁력, 그리고 동급을 뛰어넘는 공간 활용성이다.

두 차량 모두 한국GM의 부평 및 창원 공장에서 전량 생산되어 세계 시장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압도적인 수출 실적이 증명하는 진짜 인기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국내 판매량은 월 500~700대 수준에 머문다. 하지만 이 차량의 진짜 실력은 수출 실적에서 드러난다. 2025년 기준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누적 수출량은 29만 6,658대로, 국산 승용차 전체 1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국내 베스트셀링 모델인 쏘렌토의 연간 판매량을 두 배 이상 뛰어넘는 수치다.

형제 모델인 트레일블레이저의 상황도 비슷하다. 국내에서는 월 100여 대 판매에 그치지만, 같은 해 약 15만 대를 수출하며 국산차 수출 순위 5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미국 브랜드 배지를 달고 있지만, 한국에서 생산되어 수출되기에 온전히 국산차 수출 실적에 포함된다.



가격 경쟁력과 공간 활용성이 북미를 사로잡다

두 모델의 폭발적인 수요는 자동차의 본고장인 북미 시장에서 시작됐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현지에서 2만 1,495달러(약 3,200만 원)부터 시작하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주목받았다. 이는 동급 경쟁 모델 대비 확실한 우위를 점하는 요소다.

단순히 저렴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전장 4,540mm, 휠베이스 2,700mm라는 제원은 소형 SUV를 넘어 한 체급 위 모델에 필적하는 실내 공간을 제공한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북미 소비자들의 요구를 정확히 관통한 것이다. 1.2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 역시 일상 주행에 부족함 없는 성능과 효율을 양립시켰다.





글로벌 통계가 증명하는 탄탄한 기본기는 이 차량들의 본질적인 가치를 보여준다. 국내 시장의 치열한 경쟁 구도와 브랜드 인지도 때문에 내수 성적이 부진할 수는 있지만, 해외의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상품을 국내 소비자는 물류비 등이 제외된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단순 판매 순위에 휩쓸리기보다, 개인의 예산과 용도에 맞춰 트림별 구성을 꼼꼼히 따져보는 역발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