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는 ‘원가 절감’과 ‘디자인’을 모두 잡으려 했지만, 운전대만 잡으면 한숨이 나오는 이유가 따로 있었다.
결국 다시 등장한 물리 버튼, 하지만 모든 브랜드가 같은 선택을 하지는 않는다.
더 뉴 그랜저 실내 / 현대자동차
최신 자동차 실내는 대형 디스플레이가 점령했다. 과거 빼곡했던 버튼들이 화면 속으로 사라지면서 디자인은 한결 깔끔해졌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분명한 이점이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보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막상 운전할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단순한 유행으로 치부했던 이 변화 뒤에는 복잡한 계산이 숨어 있었다.
제조사가 버튼을 없애는 진짜 이유가 드러났다
센터페시아 공조 버튼 / 기아
자동차 제조사가 터치스크린을 선호하는 이유는 단순히 미관 때문만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메뉴 구성을 바꿀 수 있어 유연성이 높다. 수많은 기능을 일일이 버튼으로 만들면 실내가 과도하게 복잡해지는 문제도 피할 수 있다.
가장 결정적인 배경에는 ‘비용’ 문제가 있다. 업계 일부에서는 물리 버튼 구성을 터치스크린 인터페이스로 대체할 경우 원가를 최대 50%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본다. 버튼 하나마다 필요한 부품, 배선, 조립 공정이 모두 비용이지만, 터치스크린은 기존 디스플레이에 소프트웨어만 추가하면 그만이다.
생산과 부품 관리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앞으로 자동차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발전할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디스플레이에 들어있는 공조 패널 / KGM 공식 블로그
결국 일부 제조사는 백기를 들기 시작했다
문제는 운전 중에 발생한다. 물리 버튼은 손의 감각만으로 위치를 파악하고 조작할 수 있지만, 터치스크린은 정확한 위치를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시선이 전방 도로에서 실내 화면으로 이동하는 순간, 안전에 빈틈이 생긴다.
특히 차량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작은 아이콘을 누르기는 더 어렵다. 비상등이나 공조 장치처럼 위급하거나 자주 쓰는 기능조차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면 불편함은 배가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울퉁불퉁한 길에서 화면을 누르려다 다른 곳을 터치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더 뉴 그랜저 IG 실내 / 로드로그
소비자들의 이런 불만이 계속되자 일부 제조사들은 다시 물리 조작계를 채택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페라리는 신형 모델에 물리 버튼을 다시 적용했고, KGM 역시 다이얼과 터치 버튼을 혼합한 방식을 사용한다. 현대차와 메르세데스-벤츠도 대형 디스플레이는 유지하되, 핵심 기능은 물리 버튼으로 남겨두는 절충안을 채택하는 추세다.
모든 기능을 버튼으로 되돌리는 과거 회귀는 아니다. 사용 빈도가 낮은 기능은 화면에 통합하되, 주행 중 즉각적인 조작이 필요한 기능만 밖으로 꺼내는 방식이다. 결국 운전자의 실제 사용 환경을 고려한 현실적인 타협점이 가장 합리적인 해답으로 떠오르고 있다.
무쏘 실내 / KGM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