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정성일과 ‘기생충’ 조여정의 만남...관객 36만 흥행 참패했던 영화의 대반전
“숨 막히는 몰입감” 넷플릭스 공개 하루 만에 쟁쟁한 경쟁작 모두 제치고 정상 차지
영화 ‘살인자 리포트’ 스틸컷.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극장가에서 철저히 외면받았던 스릴러 영화 한 편이 안방극장에서 기적처럼 부활했다. 배우 조여정, 정성일 주연의 영화 ‘살인자 리포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14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살인자 리포트’는 넷플릭스 공개 단 하루 만인 지난 12일 대한민국 영화 톱10 부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들을 모두 밀어내고 저예산 스릴러가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극장 흥행 참패 OTT에서 화려한 부활
배우 조여정(왼쪽)과 정성일.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실 ‘살인자 리포트’의 극장 성적은 처참한 수준이었다. 지난 9월 개봉 당시, ‘기생충’의 조여정과 ‘더 글로리’로 전성기를 맞은 정성일이라는 연기파 배우들의 조합으로 큰 기대를 모았으나 결과는 냉혹했다. 최종 관객 수는 약 36만 명. 제작비 55억 원이 투입된 것을 감안하면 손익분기점인 120만 명에 한참 못 미치는 흥행 참패였다.
하지만 넷플릭스 공개와 동시에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극장이라는 개방된 공간보다 집이라는 개인적인 공간에서 시청하는 OTT 환경과 ‘밀실 스릴러’라는 장르적 특성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집에서 불 끄고 혼자 보니 몰입감이 엄청나다”, “숨 막히는 심리전이 압권”이라는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며 순위를 끌어올렸다.
밀실 스릴러의 진수 조여정 정성일의 연기 대결
영화 ‘살인자 리포트’ 포스터.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살인자 리포트’는 특종에 목마른 베테랑 기자 선주(조여정)가 11명을 살해한 희대의 연쇄살인범 영훈(정성일)을 교도소에서 단독 인터뷰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교도소 인터뷰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오직 두 주연 배우의 대화와 심리전만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진실을 파헤치려는 기자와 속내를 알 수 없는 살인범의 치밀한 두뇌 싸움이 영화의 핵심이다.
특히 ‘더 글로리’에서 서늘한 매력을 선보였던 정성일의 소름 돋는 악역 연기와, 어떤 역할이든 완벽하게 소화하는 조여정의 단단한 연기력이 만나 폭발적인 시너지를 만들어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엇갈린 평가 속 OTT 맞춤형 영화로 재조명
극장 개봉 당시 ‘살인자 리포트’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화려한 액션이나 시각적 볼거리를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지루하다”, “장소 이동이 거의 없어 답답하다”는 혹평을 받았다. 반면, 한정된 공간과 예산 안에서 배우들의 연기력과 밀도 높은 대본만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장르적 시도에 대해서는 호평도 존재했다.
결과적으로 ‘살인자 리포트’는 극장보다 OTT에서 제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극장의 외면이 곧 작품의 실패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며, 잘 만든 저예산 영화가 OTT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는 좋은 선례를 남겼다. ‘살인자 리포트’가 OTT에서 장기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