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겨울 시작 전, 넷플릭스와 함께 ‘집콕’ 준비

하얀 눈으로 뒤덮인 스크린 속 풍경이 2040 감성을 자극 넷플릭스 겨울 영화

기온이 뚝 떨어지며 계절의 변화가 완연하다. 코트깃을 여미게 만드는 차가운 바람은 어김없이 ‘첫눈’에 대한 기다림을 품게 한다. 하얀 눈이 세상을 덮는 순간의 설렘과 포근함을 기다리는 이들을 위해, 넷플릭스에서 미리 겨울 감성을 충전할 수 있는 작품 네 편을 골랐다.

풋풋한 설렘과 혼돈의 눈폭풍, ‘렛 잇 스노우’



영화 렛 잇 스노우 / 넷플릭스
영화 렛 잇 스노우 / 넷플릭스
첫눈이 주는 감정은 단연 ‘설렘’이다. 넷플릭스 영화 ‘렛 잇 스노우’(2019)는 크리스마스이브에 닥친 기록적인 눈폭풍으로 작은 마을에 갇힌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예측 불가능한 날씨처럼, 이들의 우정과 사랑, 미래에 대한 고민도 한데 뒤엉킨다.

영화는 여러 인물의 에피소드를 교차하며 전개된다. 폭설로 기차에 갇힌 줄리(이사벨라 메르세드)와 팝스타 스튜어트(셔메이크 무어)의 우연한 만남, 친구 사이에서 연인으로 발전할지 고민하는 이들의 모습 등 10대 특유의 풋풋한 감정선이 눈폭풍이라는 배경과 맞물려 흥미를 끈다. 갑작스러운 눈이 선사하는 일탈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로맨스는 첫눈을 기다리는 마음과 꼭 닮아있다.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달콤함, ‘겨울에는 달콤하게’



영화 겨울에는 달콤하게 / 넷플릭스
영화 겨울에는 달콤하게 / 넷플릭스
차가운 겨울바람에 맞설 따뜻하고 달콤한 이야기도 있다. ‘겨울에는 달콤하게’(2023)는 가족이 운영하던 사탕 가게의 변화를 앞둔 캐리(로리 로플린)가 고등학교 시절 짝사랑했던 브룩스(제임스 터퍼)와 사업 파트너로 재회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다.

이 영화의 매력은 ‘겨울 축제’를 준비하는 마을의 활기찬 분위기와 사탕 가게라는 따뜻한 실내 공간의 대비에 있다. 하얗게 눈 덮인 거리와 연말의 들뜬 분위기, 그리고 그 속에서 익어가는 두 남녀의 중년 로맨스는 차가운 몸을 녹이는 핫초코 한 잔 같은 따스함을 전한다. 겨울의 시작점에서 달콤한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제격이다.

고요한 설경 속 치유의 시간, ‘리틀 포레스트: 겨울과 봄’

리틀 포레스트: 겨울과 봄 / 넷플릭스
리틀 포레스트: 겨울과 봄 / 넷플릭스
화려한 사건 대신 고요한 위로가 필요하다면 ‘리틀 포레스트: 겨울과 봄’(2015)이 답이다. 도시 생활을 뒤로하고 고향 코모리(작은 숲)로 돌아온 이치코(하시모토 아이)가 혹독한 겨울을 나고 봄을 맞이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 작품은 겨울의 풍경을 가장 서정적으로 담아낸다. 온 세상을 하얗게 덮은 눈, 얼어붙은 땅, 그 속에서도 묵묵히 음식을 만들고 삶을 이어가는 이치코의 모습은 그 자체로 ‘힐링’이다. 특히 겨울의 끝자락, 얼었던 땅이 녹고 새싹이 돋아나는 순간은 긴 기다림 끝에 만나는 첫눈의 감동과는 또 다른, 생명력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끝없이 내리는 눈, 아련한 첫사랑, ‘윤희에게’

영화 윤희에게 / 넷플릭스
영화 윤희에게 / 넷플릭스
첫눈은 종종 잊고 지낸 기억을 소환한다. 영화 ‘윤희에게’(2019)는 하얀 눈이 끝없이 내리는 일본 오타루를 배경으로, 20년간 묻어두었던 첫사랑의 기억을 마주하게 된 윤희(김희애)의 여정을 그린다.

딸 새봄(김소혜)의 제안으로 떠난 여행지에서, 윤희는 멈춰있던 시간과 마주한다. 영화는 눈 덮인 오타루의 고요하고 정적인 풍경을 통해 윤희의 내면을 섬세하게 비춘다. 모녀가 서로를 이해하고 과거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은 아련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고요하게 쌓이는 눈을 보며 상념에 잠기고 싶은 날, 이 영화는 훌륭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

이지희 기자 jeeh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