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4관왕이 입증한 압도적 몰입감,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영웅담은 없다, 오직 ‘전쟁’ 그 자체만 남았다…
넷플릭스 홈 화면을 아무리 스크롤해도 볼 만한 작품이 눈에 띄지 않는 밤. 자극적인 소재나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대신, 묵직한 충격과 함께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을 찾는다면 [와플릭스]가 이 영화를 강력히 추천한다. 바로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2022)이다.
영화 서부 전선 이상없다 / 넷플릭스
영웅도, 신화도 없는 날것의 전장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제1차 세계대전, 독일의 시각에서 전쟁을 그린다. 주인공은 17세 소년 ‘파울’. 애국심에 불타 친구들과 함께 자원입대하지만, 그가 마주한 현실은 영웅적인 서사와는 거리가 멀다. 영화는 148분의 러닝타임 동안 단 한 순간도 전쟁을 미화하지 않는다. 영웅담이나 전우애를 그리는 대신, 진흙탕 참호 속에서 공포에 질린 젊은이들의 모습을 집요하게 따라간다.관객은 스크린을 통해 총알이 빗발치는 서부 전선의 한복판으로 내던져진다. 흙먼지와 포연, 그리고 죽음의 냄새가 화면을 뚫고 나오는 듯한 압도적인 현장감은 이 영화의 백미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 미술상, 음악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기술적 성취는 단순히 ‘볼거리’를 위함이 아니다. 이는 관객이 전쟁의 참혹함을 피부로 느끼게 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서부 전선 이상없다 / 넷플릭스
“전선 이상무”... 제목이 전하는 섬뜩한 아이러니
이 영화가 더욱 충격적인 이유는 제목의 아이러니다. 영화는 휴전 협상이 진행되는 중에도 무의미한 전투를 강요하는 상부와, 그 속에서 스러져가는 병사들을 교차로 보여준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휴전 협정이 발효되기 불과 몇 분을 남기고 벌어지는 일은 관객에게 깊은 허무함과 분노를 안긴다.‘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결국 단 한 명의 병사가 죽은 날, 사령부 보고서에 적힌 한 줄의 문장이다. 수백만 명의 개인이 사라진 거대한 비극이, 누군가에게는 ‘이상 없음’이라는 단어로 요약되는 현실. 영화는 이 냉혹한 대비를 통해 전쟁이라는 시스템이 개인의 생명을 얼마나 하찮게 취급하는지 고발한다. 한 영화 평론가 A씨는 “전쟁의 본질을 이토록 직설적으로 관통하는 작품은 드물다”며 “화려한 전투 장면 뒤에 숨은 폭력성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만든다”고 평했다.
아카데미 4관왕, 서부 전선 이상 없다 / 넷플릭스
2025년, 우리가 다시 ‘전쟁’을 목격해야 하는 이유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팝콘을 즐기며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는 분명 아니다. 오히려 보는 내내 불편하고 고통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100년 전의 이야기가 2025년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던진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가치는 분명하다.
지구 반대편에서 여전히 총성이 울리고, 갈등과 혐오가 뉴스를 장식하는 지금,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우리에게 ‘전쟁’의 민낯을 다시 한번 직시하라고 말한다. 넷플릭스에서 압도적인 148분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 작품을 지나치지 말아야 할 이유다.
와플릭스 : “오늘 뭐 볼까?” 끝없는 고민은 이제 그만! 《뉴스와》가 넷플릭스 속 숨은 보석 같은 작품들을 대신 골라드립니다. 리모컨만 돌리다 하루를 날리는 일 없이, 확실한 재미와 새로운 발견을 보장합니다.
영화 서부전선 이상없다 포스터 / 넷플릭스
이지희 기자 jeehee@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