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호화 캐스팅에도 62만 명 동원 그쳐… 뒤늦은 재조명
전도연X정우성 신작 흥행에 소환된 19금 범죄 스릴러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TOP10 영화’ 7위에 올랐다. 넷플릭스 캡처
개봉 당시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던 비운의 명작이 6년 만에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극장가에서 외면받았던 작품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화려하게 부활하는 이른바 ‘OTT 역주행’의 전형이다.
7일 넷플릭스 집계에 따르면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 ‘오늘 대한민국의 TOP10 영화’ 부문 7위에 랭크됐다. 쟁쟁한 최신작들이 즐비한 차트에서 개봉한 지 한참 지난 구작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안방극장에서 다시 쓴 흥행 역사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포스터
이 영화는 인생의 벼랑 끝에 몰린 평범한 인간들이 거액의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선택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범죄 스릴러다. 일본 작가 소네 케이스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돈 앞에서는 부모도 연인도 믿을 수 없는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사라진 애인이 남긴 사채 빚에 허덕이는 태영(정우성), 사우나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살아가는 가장 중만(배성우), 그리고 과거를 세탁하고 새로운 삶을 꿈꾸는 연희(전도연)가 서로 얽히고설키며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은 숨 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코로나19와 청불 등급의 불운
배우 전도연.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스틸컷
2020년 개봉 당시 이 영화는 충무로 어벤져스급 캐스팅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를 필두로 윤여정, 정만식, 진경, 신현빈 등 연기력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배우들이 총출동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려한 라인업이 무색하게 최종 성적은 초라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라는 최악의 시기와 맞물린 데다, 청소년 관람 불가(19금) 등급이라는 진입 장벽이 발목을 잡았다. 다소 잔혹하고 가학적인 연출에 대한 호불호까지 갈리며 최종 관객 수 약 62만 명이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남기고 퇴장해야 했다. 작품성이나 배우들의 열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관심이었다.
신작 흥행이 불러온 나비효과
잊혀가던 이 작품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 건 주연 배우들의 최근 활약이다. 전도연은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자백의 대가’를 통해 글로벌 차트를 석권하며 다시 한번 ‘칸의 여왕’다운 저력을 과시했다. 정우성 역시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며 화제성의 중심에 섰다.
두 배우의 신작을 접한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그들의 필모그래피를 다시 찾아보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이 함께 호흡을 맞췄던 이 영화가 낙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넷플릭스의 알고리즘 추천 시스템이 이러한 ‘디깅(Digging)’ 소비 패턴을 가속화하며 숨겨진 명작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한편,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개봉 당시 제49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시간 순서를 뒤섞은 독특한 구성과 블랙 코미디 요소가 가미된 연출은 지금 봐도 세련됐다는 평을 받는다. 혹시라도 극장에서 이 영화를 놓쳤다면, 배우들의 살기 어린 연기 대결을 안방 1열에서 감상해 볼 기회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