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을 돕는 것으로 유명한 ‘이 차’, 숨겨진 항산화·혈당·염증 완화 효과까지

사진 =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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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마일은 잠이 오지 않을 때 떠올리는 대표적인 허브 차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2025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카모마일을 사용한 10개의 임상시험, 772명의 참가자를 분석한 결과, 카모마일이 전반적인 수면의 질을 높이고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며, 밤중에 깨는 횟수도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졸림이나 집중력 저하 같은 부작용 없이 이러한 효과를 보여, 수면제를 대신할 수 있는 비교적 안전한 자연 요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카모마일의 역할은 단지 “잠이 잘 오게 해주는 차”에 그치지 않습니다. 오래전부터 호흡기 증상, 구강 건강, 소화 장애, 치질 완화 등 다양한 증상에 전통적으로 사용되어 왔으며, 여드름·습진·화상·대상포진·건선 등 피부 문제를 진정시키는 데도 활용되어 왔습니다. 일부에서는 영·유아의 수두, 복통, 기저귀 발진, 설사 증상 완화를 돕기 위해 카모마일을 사용해 왔지만, 이 경우 반드시 소아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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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카모마일 꽃에는 활성 산소를 억제하는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실험실 연구에서는 카모마일 추출물이 항산화 효소 활동을 높여 동물의 설사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결과가 있었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완화 효과가 보고되었습니다. 소량의 카모마일을 매일 섭취한 소규모 연구에서는 우울감과 불안감이 감소하는 경향이 관찰되었고, 염증 조절에도 관여하여 일부 상황에서는 이부프로펜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보다 통증 완화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었습니다. 카모마일에 들어 있는 아피제닌이라는 성분은 특정 암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데 관여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또 하루 세 잔 정도의 카모마일 차를 8주간 마신 사람들에게서 혈당 수치가 개선되었다는 결과도 보고되어, 제2형 당뇨 환자에게 보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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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마일을 건강하게 활용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역시 “차”입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품종은 마트리카리아 카모밀라로, 말린 꽃 2~3티스푼을 따뜻한 물 약 240mL에 넣고 5~7분 정도 우려 마시는 방식이 기본입니다. 취향에 따라 농도를 조금 더 진하게 조절할 수 있고, 티백 제품을 활용하면 양 조절이 더 간편합니다. 수면을 돕고 싶다면 잠자기 30분에서 1시간 전 사이에 천천히 마시면서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는 루틴으로 삼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카페인이 없다고 해서 과하게 많이 마시면 밤중에 화장실 때문에 자주 깨 수면이 방해될 수 있으므로, 자기 직전 과도한 수분 섭취는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소화가 더부룩하거나 식사 후 불편감이 잦은 사람들은 쓴맛을 이용한 소화 보조용 카모마일 제제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알코올에 카모마일 꽃을 우려낸 소화 비터는 혀의 쓴맛 수용체를 자극해 침과 담즙 분비를 촉진시키고, 음식물 분해를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알코올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임신부, 간 질환자, 알코올에 민감한 사람은 주의해야 하며, 장기간 사용 전에는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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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가 예민한 분들은 카모마일을 바르는 용도로도 활용합니다. 카모마일을 오일에 천천히 우려내 피부용 오일로 사용하거나, 시어버터·코코넛오일·비즈왁스를 더해 연고 형태의 밤으로 만들어 건조하고 자극받은 피부 부위에 바를 수 있습니다. 다만 국화과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카모마일에도 반응할 수 있으므로, 넓은 부위에 바르기 전 소량을 먼저 테스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카모마일은 잠 못 이루는 밤에만 찾는 “수면 차”를 넘어, 항산화·항염·혈당 조절·소화·피부 진정 등 여러 영역에서 잠재력을 가진 허브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만능 치료제는 아니며, 기존 복용 약이나 질환이 있다면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한 뒤 보조 요법으로 활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오늘 밤 카모마일 차 한 잔을 천천히 우려 마시며, 내 몸과 마음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돌아보는 시간으로 만들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이서윤 기자 sy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