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올해의 차 선정에도 불구, 국내 시장에서 외면받는 진짜 이유
파격 할인 나선 르노의 마지막 승부수, 과연 통할까

세닉 실내 / 르노코리아
세닉 실내 / 르노코리아




르노코리아가 야심 차게 선보인 순수 전기 SUV ‘세닉 E-테크 일렉트릭’이 국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출시 당시 ‘999대 한정 판매’라는 타이틀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지만, 3개월이 지난 현재 성적표는 처참한 수준이다.

지난 11월 한 달간 세닉의 판매량은 단 5대에 그쳤다. 10월과 비교하면 77.3%나 급감한 수치다.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 역시 125대에 머물며 사실상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경쟁 모델과 극명한 판매량 차이



세닉 / 르노코리아
세닉 / 르노코리아




세닉의 부진은 동급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같은 기간 기아 EV3는 684대,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은 258대가 판매됐다. 전반적인 전기차 시장 침체를 고려하더라도 세닉의 판매량은 이례적으로 낮다.

특히 세닉이 유럽에서 ‘2024 올해의 차’에 선정되며 높은 상품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서의 부진은 더욱 뼈아프다. 해외에서의 호평이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로 이어지지 못한 셈이다.

한국 소비자가 외면한 진짜 이유



업계에서는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아쉬운 상품 구성을 꼽는다. 세닉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솔라베이 파노라믹 선루프 등 혁신적인 기능을 탑재했지만 정작 한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1열 통풍 시트나 2열 열선 시트 같은 편의 사양이 빠졌다.

가격 경쟁력 또한 발목을 잡았다. 세닉의 국내 판매 가격은 트림에 따라 5,159만 원에서 5,955만 원에 달한다. 이는 동급 국산 전기차인 현대 아이오닉 5의 최상위 트림보다도 높은 가격대로, ‘수입차’라는 점을 감안해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기에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세닉  / 르노코리아
세닉 / 르노코리아


국산차인듯 국산차 아닌 수입차



세닉은 르노코리아 브랜드로 판매되지만, 부산공장에서 생산되는 다른 모델들과 달리 프랑스 공장에서 생산돼 국내로 들어오는 수입 모델이다. 이로 인해 국산차에 비해 가격 및 사양 구성에서 유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한정판이라는 희소성을 내세웠지만, 부족한 상품성과 높은 가격의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파격 할인으로 반전 노린다



세닉 / 르노코리아
세닉 / 르노코리아


판매 부진이 이어지자 르노코리아는 결국 칼을 빼 들었다. 12월 한 달간 특별 구매 혜택을 통해 최대 450만 원의 할인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 국고 및 지자체 전기차 보조금까지 더하면 실구매가는 3,723만 원 수준까지 떨어진다. 파격적인 할인 카드가 판매량 반등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할인 외에 뚜렷한 반전 요소가 없어 재고떨이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닉 실내 / 르노코리아
세닉 실내 / 르노코리아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