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2000m 심해 미스터리
마귀상어 최초 포착에 학계도 놀랐다

마치 영화 속 괴물을 연상시키는 외모 때문에 오랫동안 ‘심해의 유령’으로 불려온 마귀상어. 긴 주둥이와 돌출되는 턱, 분홍빛 피부를 가진 이 상어는 존재 자체는 알려져 있었지만 정작 살아있는 모습은 거의 확인되지 않았다. 대부분 어망에 걸리거나 죽은 상태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국제 연구진이 태평양 심해에서 자연 상태로 헤엄치는 마귀상어를 처음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1억2500만년 전 백악기부터 살아남은 ‘살아있는 화석’의 실제 모습이 공개되면서 전 세계 해양생물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생성형 이미지
사진=생성형 이미지


■ “이게 진짜 상어 맞아?” 기괴한 외모의 정체

마귀상어는 일반인이 가장 낯설게 느끼는 상어 가운데 하나다.

길게 앞으로 돌출된 주둥이와 유난히 튀어나온 턱 때문에 해외에서는 ‘고블린 샤크(Goblin Shark)’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도깨비나 괴물을 닮았다는 뜻이다.

특히 사냥할 때의 모습이 독특하다. 평소에는 접혀 있던 턱이 먹이를 감지하는 순간 앞으로 튀어나오며 물고기나 갑각류를 순식간에 낚아챈다. 이런 특이한 생김새 때문에 인터넷에서는 “실사판 괴물”, “심해 에일리언”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독특한 외형이 심해 환경에 적응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빛이 거의 없는 깊은 바다에서 살아가기 위해 오랜 세월 진화해 온 것이다.
사진=서호주대학교 산하 민더루 심해연구센터
사진=서호주대학교 산하 민더루 심해연구센터


■ 50일 동안 찍어 겨우 얻은 20초 영상

이번 발견이 주목받는 이유는 마귀상어가 그만큼 보기 힘든 생물이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태평양 남서부 통가 해구에 심해 카메라를 설치하고 50일 이상 촬영을 진행했다. 하지만 수많은 영상 가운데 마귀상어가 등장한 장면은 단 20초 남짓에 불과했다.

첫 번째 개체는 2019년 자르비스섬 인근 수심 1237m에서 포착됐고, 두 번째 개체는 2024년 통가 해구 수심 1997m에서 촬영됐다.

연구진은 “살아있는 마귀상어를 직접 관찰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추라우미 수족관
사진=추라우미 수족관


■ 공룡 시대부터 살아남은 ‘살아있는 화석’

마귀상어가 특별한 이유는 희귀성 때문만이 아니다. 이 상어는 약 1억2500만년 전 백악기 시절 등장한 계통의 마지막 생존 종으로 알려져 있다. 공룡이 지구를 지배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은 셈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마귀상어를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부른다. 수많은 생물이 멸종과 진화를 거듭하는 동안 마귀상어는 깊은 심해에서 비교적 원시적인 형태를 유지하며 생존해 왔다. 그만큼 학술적 가치도 높은 종으로 평가된다.

사진=생성형 이미지,추라우미 수족관
사진=생성형 이미지,추라우미 수족관
■ 이번 발견이 중요한 진짜 이유

이번 연구는 단순히 희귀 상어를 촬영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금까지 마귀상어는 주로 수심 270~960m 구간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수심 1997m에서 확인되면서 서식 깊이에 대한 기존 기록이 크게 바뀌었다.

서식 범위 역시 예상보다 넓었다. 일본과 호주, 미국 서부 해안 주변에 한정된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번 발견으로 태평양 중부와 남서부까지 분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인류가 아직 심해를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평가한다.

지구 표면 대부분을 차지하는 바다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 많다. 그리고 마귀상어는 그 깊은 어둠 속에 숨겨진 비밀이 아직도 수없이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존재가 됐다.

1억년 넘게 인간의 눈을 피해 살아온 심해의 유령. 이번 20초짜리 영상은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바다의 세계가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