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큰 SUV가 도로를 점령하며 벌어지는 일들

주차장부터 좁은 골목길까지, 당신이 느끼는 불편의 원인을 짚었다



언제부턴가 운전이 부쩍 피곤하게 느껴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출퇴근길 정체는 여전하지만, 도로 위에서 느끼는 답답함과 긴장감의 결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원인으로 도로 위를 채운 자동차들의 ‘크기’가 지목된다.

과거 세단이 주류였던 도로 풍경은 이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미니밴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운전자 개인에게는 넓은 실내와 높은 시야라는 장점을 제공하지만, 그 장점들이 모여 다른 운전자들에게는 새로운 형태의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내 시야는 편하지만 남의 시야는 가린다





SUV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높은 좌석 위치에서 오는 탁 트인 전방 시야다. 하지만 이 장점은 바로 뒤따르는 차량 운전자에게는 그대로 단점이 된다. 앞선 SUV의 높은 차체가 전방 상황을 대부분 가려버리기 때문이다.

바로 앞 차 너머의 교통 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워지면 돌발 상황에 대한 예측과 대응이 늦어진다. 앞의 앞 차가 급정거하는 상황을 미리 인지하지 못하고, 시야를 가린 SUV의 브레이크등만 보고 뒤늦게 반응하는 식이다. 이런 경험이 누적되면 운전 내내 불필요한 긴장 상태가 유지된다.

주차장과 골목길이 유독 좁게 느껴지는 이유



주차장에서 느끼는 불편은 더욱 직접적이다. 국내 주차 구획의 표준 너비는 2.5m다. 반면 현대차 팰리세이드의 전폭은 1975mm, 기아 카니발은 1995mm에 달한다. 양쪽에 이런 대형 차량이 주차돼 있다면 남는 공간은 성인 한 명이 드나들기에도 빠듯하다.

최근 들어 주차 후 차 문을 열다 옆 차에 흠집을 내는 ‘문콕’ 사고에 유독 신경이 쓰인다면, 바로 이런 환경 변화 때문이다. 좁은 골목길에서 대형 SUV와 마주치는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상대적으로 작은 차량 운전자는 차량 크기 자체에서 오는 압박감과 함께 실제 통행 공간이 줄어드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SUV 선호 현상이 만들어 낸 새로운 도로 환경이다. 특정 차종의 문제가 아니라, 도로와 주차장이라는 한정된 사회적 자원을 나눠 쓰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진 것이다. 개인의 선택이 모여 공공의 환경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