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차 위협론 펼치던 포드의 이례적 행보, 전기차 개발 비용 절감 위한 전략적 선택일까

스페인 발렌시아 공장 인수 유력, 지리차의 GEA 플랫폼 기반 신차 생산 전망



5월의 유럽 자동차 시장에 예상치 못한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차의 공세를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포드가 오히려 중국 지리자동차와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짐 팔리 포드 CEO가 공개적으로 중국 업체의 위협을 경고했던 터라 업계의 충격은 더 크다.

스페인 발렌시아 공장 매각설을 중심으로, 한때 치열했던 경쟁 관계였던 두 기업이 전기차 플랫폼을 공유하는 이례적인 협력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연 포드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경쟁을 외치던 포드, 왜 지리의 손을 잡았나





이번 협력설의 핵심은 스페인 발렌시아에 위치한 포드 공장이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지리는 이 공장의 일부 조립 라인을 인수해 새로운 모델을 생산하는 계약에 근접했다. 이는 단순한 위탁 생산을 넘어, 중국 기업이 유럽 내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
지리가 생산할 차량은 최신 ‘GEA(Geely Electric Architecture)’ 플랫폼 기반의 멀티에너지 모델로 알려졌다. 이 플랫폼은 순수 전기차는 물론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까지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확장성을 자랑한다. 갤럭시 L7, L5 등 최신 모델에 이미 적용되어 그 성능을 입증받았다.

구체적으로는 코드명 ‘135’로 알려진 소형 전기 SUV가 유력한 후보다. 이 모델은 지리가 최근 공개한 EX2를 기반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
전장 4,135mm의 작은 차체는 복잡한 유럽 도심 환경에 적합하며, 현재 포드의 주력 소형 SUV인 ‘푸마’의 후속 모델과 플랫폼을 공유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경쟁자의 심장에 자신의 기술을 이식하는 셈이다.

중국산 전기차 플랫폼, 포드의 구원투수 되나





그렇다면 포드는 왜 이런 결정을 고려하는 걸까. 결국 문제는 ‘돈’이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는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포드는 특히 유럽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야심 차게 내놓은 전기차 모델들의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만약 당신이 큰맘 먹고 시작한 사업이 계속해서 적자를 낸다면, 아마도 사업 방향을 전면 재검토할 것이다. 포드 역시 마찬가지다. 자체 플랫폼 개발을 고집하기보다,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외부 플랫폼을 도입해 개발 비용과 시간을 단축하려는 현실적인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지리의 EX2는 이런 포드의 고민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될 수 있다. 30.1kWh와 40.1kWh 용량의 배터리를 선택할 수 있으며, 중국 CLTC 기준으로 최대 410km를 주행한다. 후륜에 탑재된 114마력(85kW) 수준의 전기 모터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성능을 제공한다.
포드가 이 플랫폼을 공유하게 되면, 최소 수천억 원에 달하는 개발 비용을 아끼면서도 경쟁력 있는 소형 전기차 라인업을 빠르게 구축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양사는 공식적으로는 말을 아끼고 있다. 포드는 “다양한 기업과 논의 중이며 확정된 것은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지리 유럽 법인 역시 “추측성 보도에는 대응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고 있다. 이번 포드와 지리의 협력설은 단순히 두 기업의 문제를 넘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패권이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