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가성비’ 넘어 BMW M·AMG와 정면승부… 유료 멤버십과 ‘N 아카이브’로 강력한 팬덤 구축 나선다

“해외 시장 판매 비중이 90%에 육박합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아직 생소할 수 있지만,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브랜드 N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그 기술력을 입증받으며 무섭게 성장해왔다. 그리고 출범 10주년을 맞은 지금, ‘가성비 좋은 고성능차’라는 초기 이미지를 넘어 글로벌 명문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한 담대한 승부수를 던졌다. 2030년까지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동화를 아우르는 7종 이상의 신차 라인업을 구축하고 연간 판매 10만 대를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한 것이다.

현대차 아반떼 N 측정면 (출처=현대차)
현대차 아반떼 N 측정면 (출처=현대차)

‘가성비’ 꼬리표 떼고… 브랜드 유산 쌓는다

현대차 N의 새로운 10년은 단순히 신차를 출시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의 역사를 자산으로 만드는 작업에서 시작된다. 경기도 의왕시에 문을 연 ‘N 아카이브’는 그 상징적인 공간이다. 이곳에는 WRC(월드랠리챔피언십) 우승의 주역인 i20 랠리카부터 TCR(투어링카레이스) 무대를 누빈 경주차, 그리고 고성능 기술의 모태가 된 콘셉트카 ‘롤링랩’과 양산차에 이르기까지 약 50대의 차량이 집대성되어 있다.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N 아카이브 (출처=현대차)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N 아카이브 (출처=현대차)
이는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다. 한 전문가는 “보관된 모든 차량이 장기적으로 주행 가능하도록 유지, 복원하는 살아있는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의 영광을 박제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도전과 기술적 성취를 현재와 미래를 잇는 동력으로 삼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BMW M이나 메르세데스-AMG가 자신들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내세우듯, N 역시 10년간 쌓아온 유산을 바탕으로 브랜드의 깊이를 더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 아이오닉 5 N DK 에디션과 츠치야 케이치 (출처=현대차)
현대 아이오닉 5 N DK 에디션과 츠치야 케이치 (출처=현대차)

‘팬덤’을 비즈니스로… 국내 최초 유료 멤버십 출범

N 브랜드의 또 다른 핵심 전략은 ‘팬덤’의 조직화다. 이를 위해 국내 최초의 고성능 라이프스타일 유료 멤버십 ‘디 엔수지애스트(the Nthusiast)’를 공개했다. 이는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단순한 구매자가 아닌, 브랜드와 함께 성장하는 ‘팬’으로 규정하고 이들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새로운 시도다.

현대차 아이오닉 6 N 측정면2 (출처=현대차)
현대차 아이오닉 6 N 측정면2 (출처=현대차)
이 멤버십은 주유·충전, 세차 할인 같은 단순한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다. 서킷 주행, 심레이싱 체험 등 고성능차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멤버십 회원만을 위한 비공개 트랙데이 행사를 여는 등 강력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오는 2025년 10월 프리뷰 서비스를 시작으로 2026년 정식 출범하는 이 멤버십은, 강력한 팬덤이야말로 지속가능한 브랜드의 핵심이라는 N의 비전을 명확히 보여준다.
현대차 신형 아이오닉 6 N 라인 측정면 (출처=현대차)
현대차 신형 아이오닉 6 N 라인 측정면 (출처=현대차)

전동화 시대의 정점, ‘아이오닉 6 N’ 출격 대기

이러한 브랜드 전략의 선봉에는 전동화 시대의 기술적 정점을 보여줄 ‘아이오닉 6 N’이 선다. 오는 10월 국내 출시 예정인 이 모델은 84.0kWh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고, 부스트 모드 사용 시 최고 출력을 478kW(650마력)까지 끌어올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3.2초 만에 도달하는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한다.
현대차 아이오닉 6 N 측후면 (출처=현대차)
현대차 아이오닉 6 N 측후면 (출처=현대차)
이는 단순히 빠른 전기차를 만드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현대차 N은 아이오닉 6 N을 통해 전동화 시대에도 ‘운전의 즐거움’이라는 N의 본질이 변치 않음을 증명하고자 한다. 지난 10년이 글로벌 시장에 N의 기술력과 가능성을 알리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N을 소유하고 싶고, 소속되고 싶은 강력한 문화 브랜드로 완성해 나가는 시간이 될 것이다. 글로벌 고성능차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N의 도전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석호 기자 sh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