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마력 하이브리드 심장? ‘엑스 그란 쿠페’가 현실로

제네시스 GT90(G90 쿠페)가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 콘셉트카 ‘엑스 그란 쿠페’의 양산형 모델로, 2026년 국내 출시를 확정하며 글로벌 럭셔리 GT 시장에 거대한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국산차는 가성비”라는 낡은 공식을 깨부수고 BMW 8시리즈 등 쟁쟁한 유럽 강자들의 영역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가격은 BMW급, 성능은 그 이상을 넘보는 제네시스의 ‘진짜 왕관’이 될 수 있을지 시선이 집중된다.
제네시스 엑스 그란 쿠페 측정면 (출처=제네시스)
제네시스 엑스 그란 쿠페 측정면 (출처=제네시스)


제네시스 브랜드가 라인업의 꼭대기를 장식할 플래그십 GT(그랜드 투어러) 쿠페, ‘GT90’의 양산을 공식화했다. 이는 단순한 신차 추가가 아니다. 브랜드의 기술력과 디자인 철학을 총동원해 “우리도 이 정도를 만들 수 있다”고 세계 시장에 선포하는, 제네시스의 위상을 건 상징적인 모델이다.

2026년, 도로 위 모든 시선을 사로잡을 이 차는 유럽의 전통 강자들이 주도해 온 럭셔리 쿠페 시장의 판도를 흔들 강력한 ‘메기’로 떠오르고 있다.

멈춰도 달린다, 숨 막히는 ‘역동적 우아함’

GT90의 디자인은 이미 “역대급”이라는 평가를 받은 ‘엑스 그란 쿠페’ 콘셉트의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을 전망이다. 콘셉트카가 단순한 모형이 아닌, 실제 주행이 가능한 ‘실차’로 공개됐다는 점이 양산 기대감을 높여왔다.
제네시스 엑스 그란 쿠페 측면 (출처=제네시스)
제네시스 엑스 그란 쿠페 측면 (출처=제네시스)


플래그십 세단 G90의 디자인 언어를 이어받으면서도, 완전히 다른 차원의 실루엣을 자랑한다. 길게 뻗은 보닛(후드)과 극단적으로 짧은 앞쪽 오버행, 그리고 지붕에서 트렁크 끝까지 매끄럽게 떨어지는 루프라인은 대형 쿠페 특유의 클래식하면서도 압도적인 비율을 완성한다.

제네시스의 상징인 두 줄 램프와 볼륨감 넘치는 측면 라인이 조화를 이뤄, 정지 상태에서도 질주하는 듯한 긴장감을 발산한다. 폭발적인 성능을 과시하기보다 우아한 장거리 여정에 초점을 맞춘 GT 본연의 가치를 디자인으로 완벽하게 구현했다는 평가다.

‘디자인’이 전부가 아니다? 괴물의 심장

겉모습만 화려한 것이 아니다. GT90은 G90 세단을 통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검증된 3.5리터 V6 트윈터보 엔진을 심장으로 삼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상위 트림에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해 힘과 효율을 모두 잡는다.
제네시스 엑스 그란 쿠페 측정면 (출처=제네시스)
제네시스 엑스 그란 쿠페 측정면 (출처=제네시스)
예상되는 최고출력은 약 415마력, 최대토크는 56kgf·m 수준. 단순한 빠르기 경쟁이 아닌, 럭셔리 GT에 걸맞은 ‘정제된 강력함’에 초점을 맞춘 세팅이다.

G90 플랫폼 특유의 뛰어난 정숙성은 기본. 여기에 코너링은 날카롭게 만들어주고 고속 주행 안정성은 높여주는 ‘후륜 조향 시스템(RWS)’과 노면 상태에 따라 승차감을 조절하는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까지 탑재된다. 그야말로 구름 위를 떠가듯 편안한 고속 크루징 경험을 선사할 전망이다.
제네시스 엑스 그란 쿠페 측후면 (출처=제네시스)
제네시스 엑스 그란 쿠페 측후면 (출처=제네시스)

여백의 미, 운전석이 ‘퍼스트 클래스’

프레임이 없는 문(프레임리스 도어)을 열고 들어서는 실내는 제네시스가 추구하는 ‘여백의 미’와 첨단 기술이 절정을 이룰 공간이다. G90의 고급 사양을 기본으로 하되, 쿠페 전용 디자인이 더해진다.
제네시스 엑스 그란 쿠페 실내 디스플레이 (출처=제네시스)
제네시스 엑스 그란 쿠페 실내 디스플레이 (출처=제네시스)
몸을 완벽하게 감싸는 1열과 2열 시트는 벨트가 시트 자체에 내장된 일체형 구조로 설계되어 한층 스포티한 감각을 준다. 최고급 천연 가죽과 실제 나무를 깎아 만든 소재, 그리고 운전자 중심의 첨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결합된다. 2도어 쿠페지만 뒷좌석에도 별도 디스플레이와 송풍구를 마련해 탑승자 편의성을 놓치지 않았다.

이는 GT90이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여정 자체를 즐기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달리는 휴식 공간’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네시스 엑스 그란 쿠페 실내 도어 (출처=제네시스)
제네시스 엑스 그란 쿠페 실내 도어 (출처=제네시스)
2026년 국내 무대 데뷔가 유력한 GT90의 예상 몸값은 1억 원 중반대로 점쳐진다. BMW 8시리즈, 나아가 벤틀리 컨티넨탈 GT와 같은 모델들이 버티고 있는 냉혹한 럭셔리 쿠페 시장에서 진검승부를 벌이게 된다.

이는 더 이상 ‘가성비’가 아닌 ‘가치’로, 기술력과 디자인 철학으로 유럽 명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제네시스의 야심 찬 선언이다. 도로 위 새로운 아이콘의 등장이 시장 판도를 어떻게 뒤흔들지 벌써부터 뜨거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석호 기자 sh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