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톤 거구의 상징이던 허머의 파격 변신

3D 프린팅 기술과 드론까지 품고 돌아왔다

GMC 허머 X 콘셉트 / 사진=GMC
GMC 허머 X 콘셉트 / 사진=GMC


미국 오프로더의 상징, GMC 허머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거대한 덩치와 낮은 연료 효율이라는 기존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한국 도심 환경에 최적화된 모델을 예고했다. 핵심은 ‘크기 축소’와 ‘첨단 기술’을 통한 ‘실용성’ 확보다.

과거 육중한 차체 탓에 국내 도로와 주차장에서 허머를 마주할 때마다 부담을 느꼈던 운전자라면 귀가 솔깃해질 소식이다. 과연 GMC는 4톤에 육박하던 허머의 DNA를 어떻게 한국 도심에 맞춰 재창조했을까?

거대한 차체는 옛말, 싼타페와 어깨를 나란히 하다



GMC 허머 X 콘셉트 / 사진=GMC
GMC 허머 X 콘셉트 / 사진=GMC


놀랍게도 새롭게 공개된 GMC 허머 X SUV 콘셉트는 미드사이즈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전장은 4,782mm로, 현대차의 중형 SUV 싼타페보다 오히려 짧다. 비로소 한국의 좁은 골목길과 빽빽한 주차 공간에서 기동성을 발휘할 수 있는 체급을 갖춘 셈이다.

물론 전폭(2,032mm)과 전고(1,852mm)는 여전히 당당한 풍채를 자랑하지만, 운전자가 느끼는 통행의 부담은 극적으로 줄었다. 크기는 줄었어도 오프로더의 본성은 더욱 강해졌다. 최저 지상고를 334.3mm까지 확보해 웬만한 험로는 하부 충격 걱정 없이 주파할 수 있다.

자동차 공장의 상식을 뒤엎은 3D 프린팅 기술



GMC 허머 X 콘셉트 / 사진=GMC
GMC 허머 X 콘셉트 / 사진=GMC


이번 허머 콘셉트의 진짜 혁신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GM은 거대한 프레스 금형으로 부품을 찍어내는 전통적 생산 방식을 과감히 버렸다. 대신 ‘플렉스 팹(Flex Fab)’이라 불리는 첨단 금속 3D 프린팅 기술을 도입했다.

차량 전체 구조물의 57%가 이 방식으로 제작됐다. 덕분에 더 정교하고 유려한 디자인 구현이 가능해졌다. 이는 단순한 기술 과시가 아니다.
부품 조립 과정에서 유해 화학 접착제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기계적 고정 방식만으로 완성했으며, 내부 시트백과 계기판 등은 재활용 소재로 제작해 친환경 가치까지 실현했다.

전투기 조종석과 드론, 미래를 먼저 체험하다



GMC 허머 X 콘셉트 / 사진=GMC
GMC 허머 X 콘셉트 / 사진=GMC


실내 공간은 미래 지향적 디자인의 정점을 보여준다. 마치 전투기 조종석에 앉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콕핏이 운전자를 맞이한다. 대시보드에는 총 7개의 화면이 층을 이룬 ‘스택블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주행 상황에 따라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화면 구성을 바꿀 수 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등장하던 기능도 현실이 됐다. ‘허머 허브’ 앱과 연동하면 차량에 탑재된 드론이 이륙해 전방의 험로와 경로를 실시간으로 탐색하고 화면에 비춰준다. 보이지 않는 위험까지 미리 파악해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다.

물론 GMC는 이 콘셉트카를 당장 양산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망하기는 이르다. 이처럼 고도의 기술력이 집약된 시험 모델의 공개는, 머지않아 등장할 차세대 허머의 방향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이기 때문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