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었다…전동화 전략 대수술 나선 진짜 배경

전기차 수요 둔화 속, 하이브리드 병행하는 균형 전략으로 급선회



닛산이 유럽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핵심 SUV, 캐시카이의 전기차(EV) 개발을 전격 중단했다. 한때 유럽 전동화 전략의 선봉장으로 꼽혔던 모델이기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결정은 단순히 비용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닛산의 복합적인 계산이 깔려있다. 여기에는 ‘전기차 수요 둔화’, ‘대규모 구조조정’, 그리고 ‘전략 수정’이라는 세 가지 핵심 키워드가 얽혀있다.

유럽 1위 SUV의 전기차 계획이 멈춘 배경



당초 닛산은 2023년 캐시카이 전기차 개발 계획을 공개하며 유럽 시장 공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캐시카이는 유럽에서 가장 성공한 닛산의 모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시작된 대규모 사업 재편 과정에서 프로젝트의 우선순위가 급격히 밀려났다.
닛산은 현재 수익성이 낮은 차종을 정리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향후 글로벌 라인업에서 총 11개 모델을 단종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전기차 수요 둔화가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



단순한 내부 구조조정만이 이유는 아니다. 업계에서는 예상보다 더딘 유럽의 전기차 전환 속도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주요 브랜드들이 속속 전동화 속도 조절에 나서는 상황에서 닛산만 예외일 수는 없었다.
닛산 역시 전기차만 고집하는 대신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을 병행하는 ‘균형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최근 전기차 구매를 망설였던 소비자라면 고개를 끄덕일 만한 대목이다. 수요 불확실성이 큰 시장에 막대한 개발비를 쏟기보다, 유연한 대응을 택한 셈이다.

그럼에도 닛산의 전동화는 계속된다





캐시카이 EV 프로젝트가 멈췄다고 해서 닛산의 전동화 전략 자체가 폐기된 것은 아니다. 회사는 차세대 주크 EV를 비롯해 새로운 스카이라인, 엑스테라 등 다양한 신차 개발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특히 주크 EV는 캐시카이를 대신해 유럽 시장을 공략할 핵심 전기차로 개발된다. 일부 관계자에 따르면 캐시카이 EV 프로젝트 역시 완전히 폐기된 것은 아니며, 시장 상황에 따라 재개될 여지를 남겨뒀다. 다만 개발이 다시 시작되더라도 실제 출시는 2030년대 초반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유럽 베스트셀링 SUV의 전기차 버전 개발 중단이라는 닛산의 결정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 앞에서 얼마나 깊은 고민에 빠져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남게 됐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