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영, 증조부 친일 논란으로 ‘중증외상센터’ 하차

이미 촬영 마친 SBS ‘승산 있습니다’ 제작진은 깊은 고심

배우 하영이 지난 7일 방송된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해 4대째 의사 집안이라는 가문의 내력을 공개했다. 자료 : KBS
배우 하영이 지난 7일 방송된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해 4대째 의사 집안이라는 가문의 내력을 공개했다. 자료 : KBS


배우 하영을 둘러싼 증조부 친일 논란의 파장이 방송가로 번지고 있다. 한 작품은 배우 교체로 빠르게 매듭지었지만, 다른 한 작품은 촬영까지 마친 상황이라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졌다.

논란의 중심에 선 하영의 거취를 두고 넷플릭스와 SBS의 입장이 명확하게 엇갈렸다. 이는 두 작품이 처한 각기 다른 제작 단계에서 비롯된 결과다.

상황은 이미 촬영을 종료한 SBS 새 드라마 ‘승산 있습니다’ 쪽으로 더욱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다.

하영.<br>사진=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
하영.
사진=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


넷플릭스는 빠르게 선을 그은 배경



글로벌 OTT 넷플릭스는 망설이지 않았다. 하영이 출연 예정이던 시리즈 ‘중증외상센터’ 새 시즌에서 그의 하차를 공식화했다. 아직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하기 전이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넷플릭스 측은 “배우의 입장을 존중해 하영은 후속편에 출연하지 않기로 했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논란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제작진과 배우 양측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신속히 결론을 내린 셈이다.

촬영 종료된 드라마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SBS 드라마 ‘승산 있습니다’
SBS 드라마 ‘승산 있습니다’


반면 SBS ‘승산 있습니다’ 제작진의 고민은 깊다. 이 드라마는 보도에 따르면 오는 3일 모든 촬영을 마칠 예정이다. 주연 배우인 하영의 분량을 들어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단순히 배우 한 명을 교체하는 수준이 아니다. 막대한 분량의 재촬영은 물론, 상대 배우 이제훈을 포함한 수많은 출연진과 스태프의 일정을 다시 조율해야 한다. 천문학적인 추가 제작비 발생도 피할 수 없다.

한 배우의 논란이 수많은 동료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고민이 담겨있다. SBS 측 역시 “수많은 스태프와 출연진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여건을 고려해 다각도로 조율 중”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방영 시기마저 논란의 중심이 됐다



어렵게 촬영을 마친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당초 ‘승산 있습니다’는 후반 작업을 거쳐 2027년 상반기 방영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삼일절을 앞둔 시점에 편성이 논의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은 더욱 악화했다.

하영은 극을 이끌어가는 주연급 인물이다. 조연처럼 편집으로 덜어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드라마 홍보 과정에서 주연 배우인 그를 전면에 내세우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

논란은 하영이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4대 의사 집안’임을 자랑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증조부 안상호의 친일 행적이 드러났고, 소속사의 초기 부인에도 역사적 증거가 나오자 결국 하영은 자필 사과문으로 고개를 숙였다. SBS는 현재까지 추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