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묵기’로 500번 성공한 일본 남성…현대 사회의 고독을 비추다

사진 = 후지TV 캡처
사진 = 후지TV 캡처
일본의 33세 남성 슈라프 이시다 씨는 매일 밤 번화가에서 “하룻밤 재워주세요”라는 팻말을 들고 서 있다. 놀랍게도 지난 5년간 약 500번이나 타인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는 데 성공했다. 그의 독특한 삶은 현대 사회의 고독과 인간관계의 새로운 모습을 조명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하룻밤 묵기 팻말남’의 시작

슈라프 씨의 이야기는 대학 시절 혼자 떠난 대만 여행에서 시작됐다. 그는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선의와 환대를 경험하며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것의 매력에 빠졌다. 이후 세계일주를 꿈꾸며 대기업에 취직해 5년간 500만 엔(약 4,500만 원)을 저축했지만, 여행에 앞서 일본 내 사람들과 교류하고자 거리에서 ‘하룻밤 묵기’를 시작했다.

매일 그는 사람이 많은 역 앞이나 번화가를 철저히 조사해 팻말을 펼친다. 행인에게 직접 말을 걸지 않고 몇 시간씩 서 있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이를 “낚싯줄을 드리우고 물고기를 기다리는 두근거림 같은 기분”이라고 묘사하며 즐긴다.
사진 = 슈라프 이시다 SNS
사진 = 슈라프 이시다 SNS
500번 성공, ‘집주인님’들과의 교류

약 90%의 ‘집주인님’은 1인 가구로, 남성이 대부분이지만 한 달에 두세 번은 여성에게도 초대를 받는다. 함께 저녁을 먹거나 게임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그는 “매일 다른 소설을 읽는 기분”이라며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들려주는 이 경험을 즐긴다.

그를 다시 초대한 이들도 많다. 한 예로, 슈라프 씨는 취재 당시 81세 히로코 씨의 집을 네 번째로 방문했다. 혼자 사는 히로코 씨는 그를 위해 간단한 나물 요리와 생선구이를 준비하며 “언제든 와도 괜찮다”며 미소 지었다.

논란과 슈라프 씨의 철학

슈라프 씨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찬반 논란도 일었다. 일부는 “일하지 않고 타인의 선의에 기댄다”며 비판했지만, 그는 이에 대해 “저는 숙박을 원하고 집주인들은 숙박을 제공하고 싶어 한다. 서로 대등하지 않나요? 제겐 제가 즐거우면 그만이에요”라고 단호히 답했다.

오히려 집주인들은 그의 솔직함에 호감을 표하며, 부담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사진 = 슈라프 이시다 SNS
사진 = 슈라프 이시다 SNS
현대 일본 사회의 고독과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

슈라프 씨의 삶은 단순히 독특한 개인의 사례를 넘어, 현대 일본 사회가 직면한 고독과 인간관계의 단절을 상징한다. 특히 1인 가구의 증가와 인간관계의 변화 속에서 그의 삶은 전통적 관점에서 다소 파격적이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사람들과 연결되며 현대 사회에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매체는 “슈라프 씨의 이야기는 고독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과의 새로운 관계를 통해 현대 사회의 문제를 돌아보게 한다”고 평가했다.

이서윤 기자 sy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