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창민 감독 폭행 사망
경찰 ‘현행범 미체포’ 왜 논란 커지나
발달장애 아들과 함께 식당을 찾았다가 집단 폭행을 당해 숨진 고(故) 김창민 감독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며 공분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김창민 SNS
사건은 지난해 10월 20일 새벽 경기 구리시의 한 24시간 식당에서 발생했다. 고 김창민 감독은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과 함께 식사를 하던 중 옆 테이블 손님들과 소음 문제로 시비가 붙었고, 곧바로 폭행으로 이어졌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상황은 단순한 몸싸움이 아니었다. 김 감독은 검은 옷을 입은 남성에게 ‘백초크’를 당해 가게 내부에서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이후에도 가해 일행의 폭행은 멈추지 않았다.
특히 가해자들은 김 감독을 CCTV가 없는 골목으로 끌고 가 추가 폭행을 이어갔으며, 신고를 시도하던 가게 관계자의 휴대전화까지 빼앗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가해자는 이 과정을 보며 웃는 등 비상식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증언까지 나오며 충격을 더했다.
김 감독은 약 1시간 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이후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생명을 남겼다.
사진=JTBC ‘사건반장’
논란은 사건 이후 수사 과정에서 더욱 커졌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가해자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않고 인적 사항만 확인한 뒤 돌려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김 감독이 스스로 구급차에 탑승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체포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면서 초동 대응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또한 경찰은 초기 수사에서 가해자를 단 1명만 특정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공범 가능성을 지적하며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이후 재수사를 통해 피의자는 2명으로 늘었지만,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역시 법원에서 기각됐다.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결국 가해자들은 상해치사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검찰에 넘겨졌다. 유족은 “사람이 죽었는데도 불구속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JTBC ‘사건반장’
사건 발생 이후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가해자 측은 유족에게 단 한 차례도 사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 심사 과정에서는 “적극적으로 합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석방 이후 해당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유족은 깊은 상실감과 분노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김 감독의 아들은 아버지의 사망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고령의 조부모가 돌보고 있어 향후 보호 문제도 남아 있다.
김 감독의 부친은 “사법 시스템을 믿었지만 결과는 참담하다”며 “가해자들이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견디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1985년생인 김창민 감독은 ‘그 누구의 딸’, ‘구의역 3번 출구’ 등을 연출하며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선보였다. 또한 다수 상업 영화 제작에도 참여하며 현장에서 활동해왔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폭행 사건을 넘어, 수사 과정과 사법 판단에 대한 사회적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족의 상처가 이어지는 가운데, 사건을 둘러싼 책임과 제도적 문제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