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게 산 서리태 물에 불렸더니..
색 빠져 ‘가짜 콩’ 의심했다면
사진=생성형 이미지
사진=생성형 이미지
◆ 검은 물 나왔다고 ‘색소 입힌 콩’ 아니다
서리태는 대표적인 검정콩이다. 겉은 검지만 속은 푸른빛을 띠어 ‘속청’이라고도 불린다.
주목할 곳은 검은 껍질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재래 검정콩인 서리태 껍질에는 안토시아닌 등의 성분이 들어 있다. 안토시아닌은 식물에서 붉은색이나 보라색, 검은색 계열의 색을 나타내는 천연 색소다.
검정콩의 안토시아닌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주요 색소 성분이 콩의 종피, 즉 껍질에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서리태를 씻거나 오랫동안 물에 담가두면 물 색깔이 달라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검은색이나 짙은 보라색이 빠져나오는 모습을 보고 곧바로 “인공 색소를 입힌 것 같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특히 흰 그릇에 서리태를 불려두면 물 색깔이 훨씬 선명하게 보여 처음 접한 사람은 놀라기 쉽다.
사진=생성형 이미지
여기서 또 하나의 고민이 생긴다. 검붉게 변한 물을 그대로 요리에 사용해야 할지, 깨끗하게 버려야 할지다.
“색이 빠졌으니 좋은 성분이 전부 물로 나온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불린 물의 색만 보고 콩의 영양성분이 모두 빠져나왔다고 판단하는 것은 지나치다.
서리태를 불리는 가장 큰 이유는 딱딱한 마른콩에 수분을 충분히 흡수시키기 위해서다. 콩밥이나 콩자반 등을 만들 때 미리 불려두면 조리하기 수월하고 익는 시간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불린 물을 사용할지는 조리법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콩을 불린 물에서는 콩 특유의 냄새나 맛이 날 수 있기 때문에 깔끔한 맛을 원한다면 새 물로 조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물이 검게 변했으니 콩이 이상하다’거나 반대로 ‘영양분이 빠져나왔으니 불린 물을 반드시 먹어야 한다’고 단정하지 않는 것이다.
사진=생성형 이미지
그렇다면 서리태를 살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우선 국산 제품을 찾는다면 포장지의 원산지 표시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물에 불려 색이 얼마나 빠지는지를 보고 원산지를 판별하는 식의 민간 구별법에 의존하는 것은 피하는 편이 좋다.
보관 상태도 살펴야 한다. 콩 표면에 곰팡이가 보이거나 평소와 다른 불쾌한 냄새가 난다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벌레가 생기지는 않았는지도 확인한다.
콩의 크기와 색이 조금씩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품질이 나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같은 검정콩이라도 품종과 재배 환경 등에 따라 크기와 색 등에 차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재래 서리태 외에도 다양한 검정콩 품종이 개발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국산 검정콩 품종으로 ‘청자5호’와 ‘소만’ 등을 소개하고 있다.
따라서 ‘검고 알이 크면 무조건 좋은 서리태’ 같은 단순한 기준보다는 원산지와 품종, 생산자 및 표시사항을 확인하는 편이 훨씬 정확하다.
결국 서리태를 물에 담가뒀는데 어느새 물이 보랏빛이나 검붉은색으로 변했다고 해서 놀랄 필요는 없다. 검정콩의 껍질에는 원래 안토시아닌 색소가 들어 있기 때문에 물에 불리는 과정에서 색이 나타날 수 있다.
비싸게 산 서리태가 제대로 된 제품인지 궁금하다면 물 색깔보다 포장지부터 살펴보자. 국산인지 궁금하다면 원산지 표시를 확인하고, 콩 자체에서는 곰팡이나 벌레, 이상한 냄새 등 변질 징후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물이 검게 변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멀쩡한 서리태를 ‘가짜 콩’으로 의심할 필요는 없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