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850만원 내고 온다”
요즘 뜨는 한국 ‘트레킹’의 정체

사진=생성형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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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라고 하면 정상부터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가파른 계단을 몇 시간씩 오르고 땀에 흠뻑 젖어야만 제대로 된 산행을 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요즘 여행에서 주목받는 ‘트레킹’은 조금 다르다. 정상 정복보다 좋은 풍경을 오래 보면서 걷는 데 초점을 맞춘다. 마침 무더위가 한풀 꺾이기 시작하는 9월은 걷기 여행을 다시 시작하기 좋은 때다. 아직 단풍철 인파가 몰리기 전이라 유명 산과 숲길도 비교적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한국의 산과 걷기 여행에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국립공원 외국인 탐방객은 205만명을 넘어서며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 프랑스에서는 북한산과 경주 남산, 부산 금정산, 지리산 등을 걷는 10박 11일짜리 K-트레킹 상품까지 등장했다. 가격은 1인당 4990유로, 약 850만원에 달한다.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산과 길이 외국인에게는 돈을 내고 찾아올 만큼 특별한 여행지가 된 셈이다.
사진=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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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한복판에서 암봉 절경…북한산

가장 먼저 눈여겨볼 곳은 북한산이다. 서울 도심에서 대중교통으로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산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거대한 화강암 봉우리와 울창한 숲 사이로 난 길을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서울의 빌딩 숲이 한눈에 들어온다.

제공된 원문 속 프랑스 트레킹 여행객들도 북한산 백운대에 올랐다. 이들이 주목한 것도 바로 이런 풍경이었다. 유럽에서는 자연을 만나기 위해 도시에서 멀리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서울에서는 도심과 산이 불과 수십 분 거리에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혔다.

꼭 백운대 정상까지 갈 필요도 없다. 북한산에는 비교적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코스도 있다. 국립공원공단은 구기계곡 자연관찰로를 걷는 약 1시간 30분짜리 탐방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정상 등반이 부담스럽다면 계곡과 숲을 따라 걷는 코스부터 시작하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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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트레킹하면 빼놓을 수 없는 설악산

조금 더 제대로 된 산 풍경을 보고 싶다면 설악산이다. 설악산은 가을 단풍으로 유명하지만 9월에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단풍 절정기의 극심한 인파를 피하면서 초가을 산의 분위기를 먼저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설악산이라고 해서 무조건 대청봉을 목표로 할 필요는 없다. 체력과 일정에 따라 비교적 짧은 탐방로를 골라도 된다. 산행 경험이 많지 않다면 정상보다는 계곡과 숲을 즐기는 코스로 계획하는 것이 부담이 적다.

실제로 강원 관광 관련 자료에서도 9월 아웃도어 추천 여행지로 속초 설악산과 트레킹을 제시한 바 있다. 한여름 산행이 부담스러웠던 사람이라면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지기 시작하는 시기를 노려볼 만하다.
사진=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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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만 걷기 지루하다면 경주 남산

‘트레킹은 좋은데 산만 몇 시간씩 보는 건 지루하다’는 사람에게는 경주 남산이 잘 맞는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걷는 동안 자연과 문화유산을 함께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숲길을 걷다 보면 석불과 석탑 등 신라시대 흔적이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경주 남산은 목적지 하나를 보고 돌아오는 등산이라기보다 거대한 야외박물관을 걸어 다니는 느낌에 가깝다.

제공된 K-트레킹 방한 상품에도 경주 남산이 포함됐다. 외국인 여행객들이 단순히 산을 오르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다. 트레킹을 마친 뒤 황리단길이나 대릉원 등 경주의 대표 여행지를 함께 둘러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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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까지 보고 싶다면 부산 금정산

부산 여행이라고 하면 해운대나 광안리부터 떠올리지만 산을 좋아하는 여행객이라면 금정산도 눈여겨볼 만하다.

금정산에서는 산세뿐 아니라 금정산성과 범어사 등 부산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특히 트레킹을 마친 뒤 곧바로 도심이나 시장, 바다 여행을 이어가기 좋다는 점이 매력이다. 제공된 프랑스 K-트레킹 일정에서도 금정산을 걷고 부산의 지역 관광을 함께 즐기는 일정이 포함됐다.

‘산 하나를 오르기 위해 여행한다’기보다 부산 1박 2일이나 2박 3일 일정 가운데 반나절을 트레킹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부담도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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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 대신 습지를 걷는다…순천만

트레킹이라고 반드시 산을 올라야 하는 것도 아니다. 오르막이 부담스럽다면 순천만처럼 평지를 걷는 생태 트레킹도 좋은 선택이다.

순천만 습지는 넓게 펼쳐진 갈대밭과 갯벌을 바라보며 천천히 걷는 여행지다. 9월은 본격적인 갈색 갈대 풍경으로 넘어가는 초입이라 한여름과는 다른 분위기를 느끼기 시작하는 시기다. 최근 9월 국내 여행지 정보에서도 순천은 가을 습지 여행지로 추천되고 있다.

무엇보다 산악 트레킹처럼 장비를 제대로 갖추거나 정상까지 올라야 한다는 부담이 적다. 걷다가 풍경을 보고 사진을 찍으며 속도를 조절하기 쉬워 부모님이나 연인과 함께하는 여행에도 어울린다.

해외 여행객들이 수백만원을 내고 한국을 찾아 북한산과 경주 남산, 금정산 등을 걷는 이유도 거창하지 않다. 한국에서는 산과 도시, 사찰과 시장, 바다와 숲을 짧은 이동만으로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레킹이라고 처음부터 높은 산 정상에 도전할 필요는 없다. 북한산 계곡을 한두 시간 걷거나, 경주 남산에서 문화유산을 찾아보고, 순천만의 평평한 길을 천천히 걷는 것도 충분한 트레킹 여행이다. 무더위가 물러가고 단풍 인파가 찾아오기 전인 9월, 운동화 끈을 묶고 가까운 길부터 걸어볼 만하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