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스 뼈대에 명품 옷을 입었다, 가성비와 프리미엄의 절묘한 만남

벼랑 끝에 선 한국GM이 숨겨왔던 비장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내수 판매량 1%대의 처참한 성적표와 끊임없이 고개를 드는 철수설. 이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구원투수로 거론되는 이름, 바로 뷰익 엔비스타다. 지금까지 북미 소비자들만 누려왔던, 우리 부평공장에서 만든 이 매력적인 쿠페형 SUV가 드디어 안방극장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투싼, 스포티지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려던 소비자들의 마음을 단숨에 흔들 강력한 ‘메기’의 등장이다.
뷰익 엔비스타 측정면 (출처=뷰익)
뷰익 엔비스타 측정면 (출처=뷰익)


눈물 젖은 수출길, 이제는 안방으로

한국GM의 현실은 냉혹하다. 공장을 돌려 생산한 차량의 96%가 수출길에 오른다. 국내 소비자들이 외면한 탓이다. 하지만 주력 시장인 미국마저 25%의 관세 폭탄을 예고하면서 더는 물러설 곳이 없어졌다. 바로 이 순간, ‘수출 전용’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묵묵히 실적을 견인해 온 엔비스타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뷰익 엔비스타 측정면 (출처=뷰익)
뷰익 엔비스타 측정면 (출처=뷰익)


이미 우리 부평공장에서 만들고 있기에 별도의 생산 라인 투자 없이 바로 내수용으로 전환할 수 있다. 관세와 물류비가 빠지니 가격 경쟁력은 날개를 단다. 팔수록 손해 보는 구조를 벗어나 회사를 살리고, 국내 생산 물량을 유지해 노동자들의 일자리까지 지킬 수 있는, 그야말로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윈-윈 카드’인 셈이다.
뷰익 엔비스타 측면 (출처=뷰익)
뷰익 엔비스타 측면 (출처=뷰익)


트랙스 뼈대에 명품 옷을 입다

엔비스타는 어떤 차일까? 한마디로 ‘잘 만들어진 뼈대(플랫폼)에 명품 디자인을 입힌 차’다.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쉐보레 트랙스와 같은 뼈대를 공유하지만, 겉모습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우아함을 뽐낸다. 뷰익의 최신 디자인 철학이 담긴 날렵한 헤드램프와 매끈하게 떨어지는 쿠페 라인은 한 번 보면 잊기 힘든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뷰익 엔비스타 실내 디스플레이 (출처=뷰익)
뷰익 엔비스타 실내 디스플레이 (출처=뷰익)


차체 크기는 전장 4,638mm, 휠베이스 2,700mm로 투싼이나 스포티지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당당한 체격을 갖췄다. 파워트레인은 1.2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최고출력 139마력을 낸다. 폭발적인 성능은 아니지만, GM 내에서 준프리미엄 브랜드인 뷰익의 이름값에 걸맞게 뛰어난 정숙성을 자랑한다. 일상 주행에서 스트레스 없는 부드러움과 안락함에 초점을 맞췄다.
뷰익 엔비스타 측후면 (출처=뷰익)
뷰익 엔비스타 측후면 (출처=뷰익)

3천만 원대 가격, 시장의 판을 흔든다

엔비스타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가격표’다. 현재 북미 시장에서 약 2만 5천 달러(약 3,500만 원)부터 시작하는데, 국내에 출시되면 관세 등이 빠져 3,000만 원대 초중반이라는 공격적인 가격 책정이 가능해진다. 스타일리시한 쿠페형 디자인에 준수한 공간, 여기에 합리적인 가격까지 더해진다면 준중형 SUV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기에 충분하다.
뷰익 엔비스타 정면 (출처=뷰익)
뷰익 엔비스타 정면 (출처=뷰익)
물론 ‘뷰익’이라는 브랜드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다소 낯설다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다. 과거 ‘알페온’의 실패 사례도 분명 곱씹어봐야 한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절박함 속에서 꺼내 든 엔비스타 카드가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이는 단순한 신차 출시를 넘어 한국GM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도로 위 모든 시선을 강탈할 준비를 마친 이 새로운 주인공의 등장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뷰익 엔비스타 측후면 (출처=뷰익)
뷰익 엔비스타 측후면 (출처=뷰익)


동치승 기자 don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