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 펩타이드부터 GLP-1 전용 세럼, 뉴로코스메틱까지

사진 =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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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러깅’, ‘스킨 사이클링’, 10단계 루틴까지… 지난 몇 년 동안 뷰티 트렌드는 쉴 틈 없이 바뀌어 왔다. 하지만 모든 유행이 과학적 근거를 가진 것은 아니다. 뉴욕 피부과 전문의들은 “근거 없는 마케팅이 너무 많다”고 지적하면서도, 2026년에는 실제로 시도해 볼 만한 유의미한 트렌드가 분명 존재한다고 말한다.

올해 특히 주목받을 스킨케어 키워드는 다음 다섯 가지다.

1. 립 펩타이드 트리트먼트: 자극 없이 차오르는 입술

나이가 들수록 입술 볼륨이 줄고, 입가 잔주름이 늘어난다. 그동안은 필러나 자극적인 플럼핑 글로스가 대안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립 펩타이드 트리트먼트’가 새로운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어떻게 작용할까?

립 펩타이드 제품에는 주로 콜라겐·엘라스틴에서 유래한 매트리킨(matrikine) 계열 펩타이드가 들어 있다. 분자 크기가 충분히 작다면 표피–진피층까지 일부 침투해 콜라겐·엘라스틴 생성을 자극해, 시간이 지나면서 입술 윤곽과 탄력이 개선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기존 ‘따가운 플럼퍼’와의 차이

예전 플럼핑 제품은 멘톨, 캡사이신, 계피 추출물 등 혈관을 확장시키거나 피부를 자극해 일시적으로 붉어지고 부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성분을 사용해, 화끈거림·따가움이 흔했다.

반면 립 펩타이드 트리트먼트는 자극보다는 장기적인 조직 개선과 보습에 초점을 맞추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는 대신 입술 건강에는 훨씬 유리하다.

함께 쓰이는 핵심 성분

-히알루론산: 수분을 끌어당겨 볼륨감을 더해 줌

-시어버터, 비타민 E 등: 보호막 형성 및 건조·갈라짐 완화

입술이 얇고 쉽게 트거나, 필러는 부담스럽지만 입술 볼륨과 결을 자연스럽게 개선하고 싶은 사람에게 특히 적합한 카테고리다. 다만, 어떤 펩타이드 조합이 가장 효과적인지에 대한 ‘정답’은 아직 없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2. 밀키 토너: 건조한 피부를 위한 ‘보습형 중간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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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토너는 세안 후 남은 유분과 노폐물을 제거하고 pH를 맞추기 위해 사용하는, 다소 ‘자극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알코올 함량이 높아 사용 후 피부가 땅기고 당기는 경험을 한 사람도 많을 것이다.

2026년에 각광받을 ‘밀키 토너’는 정반대 방향이다.

-불투명한 우유 같은 제형

-알코올 프리가 대부분

-세안 후 수분·지질을 보충하며 피부 장벽을 돕는 역할

주요 성분으로는,

-세라마이드: 손상된 장벽 회복, 수분 유지

-히알루론산, 글리세린: 수분을 끌어당겨 즉각적인 촉촉함

-진정 성분(알란토인, 판테놀 등): 민감함 완화

건성·복합성·노화 피부처럼 장벽이 예민해지기 쉬운 피부 타입에게 특히 유용하다. 세안 후 손바닥이나 화장솜에 덜어 피부에 부드럽게 눌러 바른 뒤, 일반적인 세럼과 크림을 이어서 사용하면 된다. 기존 토너 사용 시 당김과 자극을 느꼈다면, 밀키 토너 카테고리를 고려해 볼 만하다.

3. GLP-1 사용자 전용 스킨케어: ‘오젬픽 페이스’ 대응 시장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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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감량용 GLP-1 계열 주사제(오젬픽, 위고비 등)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흔히 거론되는 것이 바로 ‘오젬픽 페이스’다.

-급격한 체중 감소로 인한 안면 지방 감소

-피부 탄력 저하, 꺼지고 처져 보이는 인상

-일부 연구에서 제기되는 콜라겐 생성 세포 기능 저하 가능성

-피부 장벽 기능 약화 및 안면 근육 감소 가능성

이로 인해, 피부과에는 “몸은 만족스러운데, 얼굴은 10살은 더 들어 보인다”고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이를 겨냥해 최근에는 ‘GLP-1 사용자 전용’을 표방하는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실제 성분을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히알루론산, 글리세린, 스쿠알란: 수분·유분 밸런스 회복

-항산화제(비타민 C·E 등): 산화 스트레스 감소

-레티노이드, 펩타이드: 콜라겐·엘라스틴 합성 촉진

전문의들은 이를 두고 “사실상 기존 안티에이징 성분에 마케팅을 더한 것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체중 감량으로 인한 피부 건조·탄력 저하를 부분적으로 상쇄

-장기적인 콜라겐 감소를 느리게 하는 데 기여 가능

다만, 현재로서는 국소 스킨케어만으로 GLP-1 관련 안면 변화를 완전히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데 전문가 의견이 모인다.

현실적인 접근으로는 집중 보습·탄력 케어 제품으로 피부 환경을 최적화하고, 필요한 경우 레이저, 필러, 실리프팅 등 시술과 병행하는 다각적 전략이 필요하다.

4. 레티놀 보디 케어: ‘목 아래’도 관리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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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티노이드는 여드름·주름·색소침착 개선에 널리 쓰이는 비타민 A 유도체다. 지금까지는 주로 얼굴 위주의 처방이 많았지만, 2026년에는 ‘바디용 레티놀‘이 본격적인 카테고리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왜 몸에도 필요할까?

레티놀은 세포 턴오버 촉진으로 거칠어진 피부 결 완화하고, 콜라겐·엘라스틴 생성 촉진함으로써 탄력 개선에 관여한다. 이 효과는 얼굴뿐 아니라 가슴, 팔·다리, 등, 손등, 엉덩이 등 노화가 드러나기 쉬운 부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도움이 될 수 있는 고민

-햇빛 노출로 인한 몸 전체의 검버섯·갈색반점

-상완·허벅지 등에 잘 생기는 모공 각화증(일명 ‘닭살/딸기 피부’)

-전반적인 바디 피부의 탄력 저하, 결 거침

사용 팁

-처음에는 주 1–2회만 사용하며 자극 여부를 확인

-피부가 잘 적응하면 주 2–3회 이상으로 횟수 증가

-각질·건조감·따가움이 심하면 횟수 및 양 줄이기

-레티놀 사용 부위는 자외선 차단 필수 (야외 노출 시 긴 옷, SPF 활용)

-눈에 보이는 변화는 최소 8–12주 이상 꾸준히 사용해야 기대 가능

피부가 예민한 편이라면, 레티놀 농도가 낮은 바디 제품부터 시작하는 것이 안전하다.

5. 뉴로코스메틱: ‘피부–뇌 연결’을 이용한 기분 케어 스킨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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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키워드는 다소 생소한 ‘뉴로코스메틱’이다. 피부와 신경계는 발생학적으로 같은 기원에서 나왔기 때문에, 스트레스·감정이 피부 상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들이 다수 보고되어 있다.

-스트레스·불안: 피부 장벽 약화

-피지 분비 증가: 트러블 악화

-활성산소 증가: 잔주름·탄력 저하 가속

이 점에 착안해, 일부 브랜드는 기분을 완화하고 스트레스를 낮추는 성분을 스킨케어에 접목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

-라벤더 오일: 사람·동물 연구에서 심리적 안정감·수면 질 개선 가능성

-뉴로프로라인(야생 인디고 유래 성분): 피부 세포에서 코르티솔 생성 감소 및 칙칙함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

이론적으로는 “피부 수용체를 자극해 기분·스트레스를 조절한다”는 컨셉이지만, 국소 도포만으로 실제 기분 상태가 유의미하게 변한다는 대규모 인체 연구는 아직 부족하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본다.

-향·텍스처 등이 주는 감각적 만족감

-매일 자신의 피부를 돌보는 루틴 자체가 주는 심리적 안정감

-“나를 챙기고 있다”는 느낌이 우울·스트레스 완화에 간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음

즉, 성분의 ‘뇌 작용’보다도 셀프케어 행동 자체의 정신 건강 효과가 더 확실하다고 보는 편이 안전하다.

유행은 참고만, 기본기는 꾸준히

2026년 스킨케어 시장은 립 펩타이드, 밀키 토너, GLP-1 전용 안티에이징, 레티놀 바디 케어, 뉴로코스메틱 같은 새로운 키워드로 풍성해질 전망이다. 트렌드를 가볍게 즐기는 것은 괜찮지만, 다음 원칙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기본 루틴(순한 클렌저–보습제–선크림)을 먼저 안정적으로 잡을 것

-새로운 제품은 한 번에 하나씩, 소량으로 테스트할 것

-자극·홍반·따가움이 지속되면 즉시 중단하고 전문의와 상담할 것

-장기적인 탄력·색소·주름 고민은 레이저·주사·생활습관까지 함께 고려할 것

과장된 마케팅 문구보다 성분, 농도, 내 피부 반응을 기준으로 제품을 고르는 것이 결국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이서윤 기자 sy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