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커 009 그랜드 컬렉터 에디션, 상상 초월의 4인승 럭셔리 미니밴이 등장했다. 약 1억 7,600만 원이라는 가격표와 778마력의 괴력, 제로백 3.9초의 가속력, 심지어 24K 순금 장식까지. 기아 카니발조차 명함도 못 내밀 이 차는 BYD 산하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가 작정하고 만든 ‘움직이는 궁전’이다. 중국 시장 출시와 함께 최근 오토쇼에서 공개된 이 모델은 기존 미니밴의 개념을 완전히 뒤엎으며 한국 시장 진출을 앞둔 지커의 야심을 보여준다.
009 그랜드 컬렉터 에디션 측정면 (출처=지커)
009 그랜드 컬렉터 에디션 측정면 (출처=지커)


번쩍이는 ‘순금’ 갑옷, 카니발보다 ‘한 수 위’ 덩치

이 특별한 에디션의 외관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단연 ‘진짜 금’이다. 전면과 후면 엠블럼, 범퍼 하단 립, 그리고 도어 손잡이에는 각각 3g에 달하는 24K 순금이 아낌없이 사용됐다. 단순한 도금이 아닌, 순금을 사용했다는 점은 이 차가 추구하는 극단적인 럭셔리가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준다. 부와 지위를 과시하는 데 이보다 확실한 시그널은 없을 것이다.

외관 디자인 자체는 기본형 009와 큰 차이를 두지 않았지만, 그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전장 5,217mm, 휠베이스 3,205mm의 거대한 차체는 국산 대표 미니밴 카니발(전장 5,155mm, 휠베이스 3,090mm)보다 훨씬 길고 넓다. 여기에 차체 곳곳에 적용된 수평 기조 디자인과 테일램프부터 헤드램프까지 길게 뻗은 캐릭터 라인, 유려한 루프 라인과 두툼한 도어 스탭은 이 거대한 미니밴을 더욱 길고 웅장하게 보이도록 만든다. 도로 위에서 마주친다면 그 위용에 절로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009 그랜드 컬렉터 에디션 측면 (출처=지커)
009 그랜드 컬렉터 에디션 측면 (출처=지커)


여기가 궁전인가? 신발 벗고 타는 ‘움직이는 퍼스트 클래스’

화려함으로 치장한 외관에 걸맞게, 실내는 그야말로 ‘억’ 소리 나는 소재와 편의사양으로 가득 채워졌다. 발을 딛는 순간부터 차원이 다른 경험이 시작된다. 바닥 카펫에는 부드러움의 대명사인 알파카 울 소재가 적용되어, 지커 측의 말마따나 “탑승객이 신발을 벗고 싶을 만큼” 포근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차의 핵심은 단연 뒷좌석이다. 오직 두 명의 VIP만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진 2열에는 항공기 퍼스트 클래스를 방불케 하는 독립 시트가 자리 잡고 있다. 다리 받침대는 기본, 8가지 모드를 지원하는 정교한 마사지 기능과 완벽한 자세를 위한 전동 조절 기능까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편의 기능이 집약됐다.

시트 앞에는 무려 43인치 4K 대형 디스플레이가 설치되어 이동 중에도 최상의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다. 기본형 모델의 15.6인치 천장형 디스플레이와는 비교 자체가 무의미한 수준이다. 여기에 기본형보다 11개 더 많은 31개의 야마하 스피커가 실내 곳곳에 배치되어 콘서트홀 수준의 음향 경험을 제공하며, 18리터 용량의 냉·온장고는 언제든 시원한 음료나 따뜻한 물수건을 꺼낼 수 있게 한다.

009 그랜드 컬렉터 에디션 실내 (출처=지커)
009 그랜드 컬렉터 에디션 실내 (출처=지커)
이 모든 호사를 누리기 위해 이 차는 과감히 3열 시트를 포기하고 오직 4명의 탑승객만을 허락한다. 미니밴의 본질인 ‘공간 활용성’보다는 선택된 소수를 위한 ‘궁극의 안락함’에 모든 것을 집중한 결과다. 이는 단순한 고급 미니밴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쇼퍼 드리븐(Chauffeur-driven) 차량을 지향하는 지커의 의도를 명확히 보여준다.

미니밴 탈을 쓴 슈퍼카? 778마력, 제로백 3.9초 ‘충격적 반전’

이 호화로운 미니밴이 품은 심장은 더욱 충격적이다. 최고출력 778마력, 최대토크 82.6kg·m라는, 미니밴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힘든 강력한 파워를 뿜어낸다. 이는 이미 충분히 강력했던 기본형 모델(약 578마력 추정)보다 무려 200마력이나 더 높은 수치다.

이 강력한 힘은 거대한 덩치를 스포츠카처럼 달리게 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3.9초. 웬만한 고성능 세단이나 쿠페조차 따라잡기 힘든 가속력이다. 참고로 기본 모델의 제로백도 4.5초로, 결코 평범한 수준이 아니다. 달리는 것이 주 목적이 아닌 미니밴에 왜 이런 초고성능을 부여했을까? 이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기술력 과시와 ‘최고’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자극하는, 또 다른 형태의 럭셔리 마케팅인 셈이다.
009에 장착된 플랫폼 (출처=지커)
009에 장착된 플랫폼 (출처=지커)


배터리는 108kWh 용량의 CATL ‘기린(Qilin)’ 배터리가 탑재된다.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는 중국 CLTC 기준으로 최대 702km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 최상위 에디션의 배터리 용량과 주행거리가 오히려 기본형 모델보다 소폭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이는 순금 장식, 거대한 디스플레이, 냉장고, 최고급 시트 등 추가된 호화 사양으로 인한 무게 증가와 더 강력해진 모터의 전력 소모량을 감안한 결과로 보인다. 즉, 최대 주행거리보다는 압도적인 성능과 궁극의 럭셔리를 우선시한 세팅이라 할 수 있다.

입이 떡 벌어지는 1.7억 가격표, 한국 시장 먹힐까?

이 모든 것을 누리기 위한 가격은 무려 89만 9,000위안.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1억 7,600만 원에 달한다. 기본형 모델보다 약 40만 위안(약 7,830만 원) 더 비싼,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지는 가격표다. 중국 현지에서는 이미 사전 계약에 돌입했고, 올해 2분기 중 고객 인도를 시작할 예정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지커가 한국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는 사실이다. 올해 초 ‘지커 인텔리전트 테크놀로지 코리아 주식회사’라는 이름으로 국내 법인 설립을 마쳤고, 현재 딜러사 선정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공개된 009 그랜드 컬렉터 에디션은 단순한 신차 발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국 시장에 지커라는 브랜드를 ‘초고급’, ‘고성능’ 이미지로 각인시키려는 강력한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 있다.
009 그랜드 컬렉터 에디션 측면 (출처=지커)
009 그랜드 컬렉터 에디션 측면 (출처=지커)
물론 1억 7천만 원이 넘는 중국산 4인승 미니밴이 한국 시장에서 얼마나 팔릴지는 미지수다. 극소수의 최상위 부유층이나 특별한 의전 차량을 원하는 기업 고객 등이 주요 타겟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판매량과 별개로, 이 모델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지커는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브랜드를 알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과연 카니발 천하의 한국 미니밴 시장, 나아가 럭셔리 EV 시장에 지커 009 끝판왕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커 009 끝판왕 vs 기본형 vs 카니발: 스펙 전격 비교

좌석 구성 및 지향점: 가장 큰 차이는 좌석 수와 지향점이다. 지커 009 그랜드 컬렉터 에디션은 오직 4명의 탑승객만을 위한 극강의 럭셔리 공간을 제공한다. 반면, 지커 009 기본형은 6인승 또는 7인승 구성으로 좀 더 다인승 럭셔리 수요에 초점을 맞춘다. 기아 카니발은 7인승 구성으로, 가족용 또는 다목적 미니밴 시장의 강자로서 실용성과 공간 활용성에 중점을 둔다.

가격: 가격 차이는 상당하다. 지커 009 그랜드 컬렉터 에디션은 약 1억 7,600만 원에 달하는 초고가 모델이다. 지커 009 기본형 역시 약 9,800만 원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한다. 이에 비해 기아 카니발 하이브리드 풀옵션 모델은 약 5,000만 원 수준으로, 대중적인 럭셔리 미니밴 포지션이다.

성능: 성능 면에서는 지커 모델들이 압도적이다. 지커 009 그랜드 컬렉터 에디션은 최고출력 778마력, 제로백 3.9초라는 슈퍼카급 성능을 자랑한다. 지커 009 기본형도 약 578마력, 제로백 4.5초로 매우 강력하다. 기아 카니발 하이브리드는 시스템 합산 245마력으로, 일상 주행에 초점을 맞춘 성능을 보여준다.

주요 특징: 지커 009 그랜드 컬렉터 에디션은 24K 순금 장식, 43인치 4K 디스플레이, 알파카 울 카펫, 31개 야마하 스피커, 냉·온장고 등 초호화 사양으로 차별화된다. 지커 009 기본형도 15.6인치 디스플레이, 20개 스피커 등 고급 사양을 갖췄다. 기아 카니발은 파노라마 선루프,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대중적인 편의 및 안전 사양에 강점을 보인다.

크기: 크기 면에서는 지커 모델들이 더 크다. 지커 009 그랜드 컬렉터 에디션은 전장 5,217mm, 휠베이스 3,205mm이며, 기본형은 전장 5,209mm, 휠베이스 3,205mm이다. 기아 카니발은 전장 5,155mm, 휠베이스 3,090mm로 지커 모델들보다 약간 작다.

파워트레인 및 주행거리: 지커 모델들은 순수 전기차다. 그랜드 컬렉터 에디션은 108kWh 배터리로 CLTC 기준 최대 702km 주행 가능하며, 기본형은 이보다 더 큰 배터리와 긴 주행거리를 가진다. 기아 카니발은 하이브리드 모델로, 연비 효율성에 중점을 둔다.

요약하자면, 지커 009 그랜드 컬렉터 에디션은 극소수를 위한 초호화 4인승 쇼퍼 드리븐 차량, 지커 009 기본형은 고성능 프리미엄 전기 미니밴, 기아 카니발은 대중적인 시장을 위한 실용적인 패밀리 미니밴으로 명확히 구분된다.

동치승 기자 don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