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장벽에 막히자 한국으로 우르르…‘테스트베드’로 전락한 안방 시장

미국의 높은 관세 장벽에 가로막힌 중국 전기차들이 봇물 터지듯 한국 시장으로 밀려오고 있다. 올 초 성공적으로 안착한 BYD를 선봉장 삼아,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는 **샤오펑(Xpeng)**과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Zeekr)**까지 한국 법인 설립을 마치고 본격적인 상륙 작전을 개시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의 2차 공습에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안방 수성에 그야말로 ‘빨간불’이 켜졌다.
BYD 친 L EV (출처=BYD)
BYD 친 L EV (출처=BYD)


‘제2의 BYD’를 꿈꾸며…줄줄이 세워진 깃발

올해 한국 시장에 진출한 BYD의 성공은 잠자던 거인을 깨웠다. BYD가 ‘아토3’, ‘씰’ 등을 앞세워 반년 만에 2,000대에 가까운 판매고를 올리며 ‘중국차는 안된다’는 편견을 깨뜨리자, 후발 주자들이 너도나도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다.
샤오펑 G9 측정면 (출처=샤오펑)
샤오펑 G9 측정면 (출처=샤오펑)


가장 발 빠른 곳은 샤오펑이다. 지난 6월 ‘엑스펑모터스코리아’라는 이름으로 한국 법인 등기를 마친 샤오펑은 ‘G6’ 중형 SUV를 첫 주자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800V 고전압 시스템을 기반으로 12분 만에 80% 급속 충전이 가능하다는 기술력을 앞세워 현대 아이오닉 5, 기아 EV5와 정면 승부를 예고했다.

지리자동차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 역시 지난 2월 ‘지커코리아’ 법인을 설립하고 국내 인력 채용에 나섰다. 대표 모델인 전기 SUV ‘7X’의 상표 출원까지 마치며 출격 준비를 끝냈다. 이들뿐만 아니라 창안자동차, 샤오미 오토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중국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 진출을 저울질하며 그야말로 ‘차이나 러시’가 현실화되고 있다.

009 그랜드 컬렉터 에디션 측면 (출처=지커)
009 그랜드 컬렉터 에디션 측면 (출처=지커)

왜 하필 한국인가?…‘기회의 땅’이 된 안방

중국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산 전기차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며 빗장을 걸어 잠그자,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도 전기차 인프라가 잘 갖춰진 한국이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른 것이다.

BYD 씰 실내 (출처=BYD)
BYD 씰 실내 (출처=BYD)
자국 내에서는 과잉 생산과 극심한 경쟁으로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한국은 이들에게 해외 진출의 성공 가능성을 가늠해 볼 최적의 ‘테스트베드’인 셈이다. 먼저 진출한 BYD가 닦아놓은 길을 따라 후발 주자들이 비교적 손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가격이냐, 신뢰냐…피할 수 없는 진검승부

중국 전기차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단연 ‘가격’이다. 국산 경쟁 모델 대비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1천만 원 이상 저렴한 가격표는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BYD 씰 상부 (출처=BYD)
BYD 씰 상부 (출처=BYD)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기세다. 최근 LG, 삼성, SK 등 국내 배터리 3사와 ‘K-배터리 동맹’을 결성하고, 배터리 안전 기술과 품질을 대대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산의 ‘가성비’ 공세에 ‘안전’과 ‘신뢰’라는 K-프리미엄으로 맞불을 놓겠다는 전략이다.

샤오펑과 지커의 상륙으로 본격적인 2라운드에 접어든 한국 전기차 시장. 파격적인 가격을 앞세운 ‘대륙의 도전자’들과 안방을 사수하려는 ‘토종 챔피언’ 사이의 피할 수 없는 진검승부가 이제 막 시작됐다.

동치승 기자 don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