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폭풍 성장’ 뒤에 숨은 테슬라의 ‘책임 방기’ 논란
‘국민 수입차’ 등극이 무색하다. 테슬라의 화려한 성공 뒤편에서 4,600건이 넘는 치명적 결함이 터져 나왔다. 전기차의 ‘두뇌’인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오류로 오너들은 수리비 폭탄과 기약 없는 대기에 한숨짓고 있다. 정부가 보조금 중단 카드까지 만지작거리며 사태는 일파만파 커지는 중이다.
테슬라 BMS_a079 경고등 (출처=온라인커뮤니티)
수리 대기 23일, 비용은 3,000만 원 ‘아찔’
오너들이 겪는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특정 연식(2019년) 모델 X는 무려 70%가 넘는 차량에서 결함이 발생했다. 누적 오류 건수만 4,600건에 달한다.일단 ‘BMS_a079’ 경고등이 뜨면 사실상 재앙의 시작이다. 충전이 제한되고, 수리를 받으려면 평균 23.4일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이는 전체 전기차 평균 수리 기간(10.7일)의 두 배가 넘는 시간이다.

테슬라 모델 X 팔콘윙 (출처=테슬라)
‘리만 배터리’ 교체?…배짱 부리는 테슬라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건 테슬라의 ‘배짱 대응’이다. 어렵게 받은 수리의 절반 이상(2,406건)이 새 제품이 아닌, 결함 배터리를 재활용한 ‘리만배터리(재제조 배터리)’로 교체된 것으로 드러났다. 오너들 입장에서는 찜찜하기 짝이 없는 처사다.
테슬라 사이버트럭 배터리 (출처=테슬라)
상황이 이런데도 테슬라코리아는 사실상 묵묵부답이다. 국토교통부가 강제 리콜을 위한 예비 조사에 착수했다. 환경부 역시 “소비자 불이익을 초래하는 차량에 보조금을 계속 지급할 수는 없다”며 시정 계획 제출을 요구했지만, 한 달 가까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불티나게 팔릴수록 커지는 ‘불신’
이런 논란은 역설적이게도 테슬라의 역대급 성공 가도 속에서 벌어지고 있다. 테슬라는 올해 9월까지 국내에서 4만 3,612대를 팔아 치우며 전년 대비 84.7%라는 경이로운 성장을 기록했다.
테슬라 모델 Y L 측정면 (출처=테슬라)
결국 이번 BMS 사태는 테슬라가 한국 시장과 소비자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이라는 왕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사후관리라는 기본 책임을 방기한다면,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명성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이석호 기자 sh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