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V 배터리 손상되면 문 안 열려… ‘전자식 도어’의 치명적 결함
잇따른 사망 사고에 美 당국 조사 착수, 국내 안전 기준은 괜찮나

테슬라 모델Y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테슬라 모델Y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테슬라의 첨단 전자식 도어 시스템이 심각한 안전 논란에 휩싸였다. 사고 발생 시 문이 열리지 않아 탑승자가 차량 내부에 갇히는 비극적인 사건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자료에 따르면, 지난 13년간 최소 15명이 이와 관련된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1년 사이에 관련 사고가 집중되면서, 전기차 확산 속도에 비해 비상 탈출 시스템 등 안전 대책이 미흡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첨단 기술의 상징이었던 기능이 운전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함정이 된 셈이다.

사고 나면 먹통, 전자식 도어의 함정



테슬라 모델3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테슬라 모델3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테슬라의 모든 차량에는 버튼이나 터치로 문을 여는 전자식 도어 시스템이 탑재됐다. 문제는 충돌이나 화재로 12V 저전압 배터리 시스템에 전력 공급이 끊기는 경우다. 이 경우 외부 손잡이는 물론 내부 개방 버튼까지 모두 작동을 멈춰 사실상 차량이 밀폐된 공간으로 변한다.

물론 비상 상황을 위한 수동 개폐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앞좌석은 비교적 찾기 쉬운 반면, 뒷좌석의 경우 도어 포켓 아래 패널을 뜯어내야만 접근할 수 있어 위급한 순간에 사용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살려달라는 외침 끝에 비극으로



이러한 설계 결함은 실제 사고에서 끔찍한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모델Y를 운전하던 20세 새뮤얼 트렘블렛은 나무와 충돌 후 차량에 불이 붙자 911에 “차에 갇혔다”고 절박하게 외쳤다. 하지만 그는 끝내 문을 열지 못하고 화염 속에서 숨졌다.

이와 비슷한 비극은 이전에도 있었다. 위스콘신에서는 모델S가 충돌 후 화재가 발생해 탑승자 5명 전원이 탈출하지 못했고, 캐나다 토론토에서도 모델Y 화재로 5명 중 4명이 갇혀 목숨을 잃었다. 당시 유일한 생존자는 지나가던 행인이 쇠막대로 창문을 깨준 덕분에 구조될 수 있었다.

급증하는 사고, 늑장 대응 나선 당국



블룸버그 통신 분석에 따르면, 관련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최근 1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사고 빈도가 급증하자 규제 당국도 뒤늦게 조사에 나섰다. NHTSA는 모델Y와 모델3 수십만 대를 대상으로 도어 핸들 결함과 기계식 해제 장치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다른 제조사들도 전자식 도어 채택을 늘리는 추세다. 이에 중국은 2027년부터 기계식 문 개방 장치 장착을 의무화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국내에서도 전기차 안전 기준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