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스러운 실내에 감춰진 운전자의 인지 부담

특히 주차와 유턴 상황에서 더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

GV80 실내 / 제네시스
GV80 실내 / 제네시스


제네시스 GV80의 실내는 고급스러운 소재와 정돈된 디자인으로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중앙 콘솔을 유심히 본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조용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핵심은 나란히 배치된 ‘두 개의 다이얼’이다. 이 다이얼 배치가 운전자의 ‘인지 부담’을 키우고 잠재적인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공간에 왜 이런 논란이 숨어있는 것일까.

GV80의 중앙 콘솔에는 변속을 담당하는 다이얼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조작하는 다이얼이 자리한다. 문제는 이 두 장치의 크기와 형태, 심지어 촉감까지 매우 흡사하다는 점이다. 디자인적 통일감은 높였을지 몰라도, 기능적 구분은 모호해졌다.

과거의 자동차들은 기어 레버와 오디오 조작 버튼의 형태가 명확히 달랐다. 운전자는 손끝의 감각만으로도 기능을 쉽게 구분할 수 있었다. 그러나 GV80처럼 매끈한 다이얼 중심으로 조작계를 통일하면서, 운전자는 조작 전 시각적으로 한 번 더 확인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주차중인 GV80 / 제네시스
주차중인 GV80 / 제네시스


두 개의 다이얼, 왜 운전자를 혼란스럽게 만드나



이런 인지 부담이 가장 크게 다가오는 순간은 언제일까. 바로 시선을 도로에서 떼기 어려운 주행 상황이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고속도로 위에서 잠시 음악을 바꾸려다 변속 다이얼에 손을 올리는 아찔한 상상을 해보라. 0.1초의 판단 착오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에서, 두 다이얼의 유사성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선다.

전문가들은 모양뿐 아니라 질감이나 높이 등 촉각적 단서가 부족한 점을 문제로 꼽는다. 예를 들어 변속 다이얼은 묵직한 금속 느낌으로, 인포테인먼트 다이얼은 가죽이나 우드 소재로 마감했다면 혼동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다가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까지 생략한 셈이다.

GV80 다이얼 기어 / 제네시스
GV80 다이얼 기어 / 제네시스


익숙해지면 괜찮다? 나만 타는 차가 아닐 때 문제



물론 매일 운전하는 차주라면 시간이 지나며 이 방식에 적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동차는 한 사람만 운전하는 물건이 아니다. 만약 당신의 배우자나 가족이 가끔 운전대를 잡는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발레 파킹이나 대리운전 기사처럼 GV80이 낯선 운전자에게는 이 비슷한 다이얼 배치가 더 큰 혼란으로 작용한다.

특히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는 주차나 유턴 상황에서 오조작 위험은 더욱 커진다. 운전자가 머리로 생각하기보다 몸에 익은 습관대로 움직이는 순간, 비슷한 형태의 조작계는 흐름을 방해하고 실수를 유발할 수 있다. 좋은 인터페이스는 숙련도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GV80 실내 / 제네시스
GV80 실내 / 제네시스


결국 GV80의 다이얼 논란은 디자인과 안전 사이의 균형점을 묻는 질문이다. 포르쉐나 볼보 같은 브랜드들이 여전히 직관적인 조작계를 고수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운전 중 실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것이야말로 프리미엄 브랜드가 지켜야 할 핵심 가치이기 때문이다. 운전자에게 필요한 것은 멋진 조형미를 감상할 여유가 아니라, 어떤 도로 위에서도 고민 없이 정확히 조작할 수 있다는 확신이다.

GV80 / 제네시스
GV80 / 제네시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