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모두의 드림카였던 랜드로버, 재규어, 마세라티. 중고차 시장에서 ‘기피 3대장’으로 불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신차 같은 하차감에 혹했다간 예상치 못한 유지비 폭탄을 맞을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레인지 로버 / 랜드로버
따스한 4월, 주말 나들이를 떠올리게 하는 날씨다. 이런 날 멋진 차를 타고 달리는 상상은 누구에게나 즐겁다. 중고차 사이트를 둘러보다 보면 1억 원을 호가하던 프리미엄 수입차가 3천만 원대에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이 흔들리기 쉽다.
랜드로버, 재규어, 마세라티.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이 브랜드들은 강력한 하차감과 감성을 무기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하지만 파격적인 가격표 뒤에는 만만치 않은 대가가 숨어있다. 잦은 고장과 비싼 수리비, 그리고 가파른 감가상각이라는 3중고가 바로 그것이다. 덥석 구매했다가는 드림카가 악몽으로 변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
존재감 만큼 무거운 정비 부담, 랜드로버
콰트로포르테 / 마세라티
랜드로버는 레인지 로버와 디스커버리 같은 모델을 통해 프리미엄 SUV의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한다. 하지만 중고차 시장에서는 이 존재감이 곧 정비 부담으로 이어진다. 특히 고질병으로 꼽히는 에어 서스펜션 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여기에 전자장비 오류, 선루프 누수, 인제니움 디젤 엔진의 타이밍 체인 결함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수리 과정이다.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고 서비스센터 대기가 길어, 한번 차가 고장 나면 몇 주, 심하면 몇 달 동안 발이 묶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차가 주는 만족감보다 수리로 인한 스트레스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감가상각과 불투명한 미래, 재규어
레인지 로버 실내 / 랜드로버
재규어는 F-페이스, XF 등을 통해 영국 특유의 스포츠 감성을 전달한다. 하지만 중고차 시장에서 재규어의 이름 앞에는 ‘감가상각’이라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붙는다. 신차 가격이 1억 원에 육박하던 XF 모델이 5~7년 만에 3천만 원대로 떨어지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반값’이 아니라 ‘반의반 값’이 되는 셈이다.
여기에 2025년 이후 순수 전기차 브랜드로 전환하겠다는 재규어의 선언은 기존 내연기관 모델의 가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당장 저렴해 보인다는 이유로 구매했다가, 나중에 되팔 때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
감성은 최고, 수리비는 최악, 마세라티
마세라티의 상징은 단연 심장을 울리는 배기 사운드다. 콰트로포르테의 시동을 거는 순간 느껴지는 감성은 다른 독일 브랜드와 비교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감성에 취하기 위해서는 값비싼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해야 한다. 실내 마감 품질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각종 경고등, 전자장치 오류가 빈번하게 지적된다.
F-페이스 실내 / 재규어
수리비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부품 대부분을 이탈리아에서 항공으로 수입해야 하기에 비용과 시간이 동시에 급증한다. 동급 독일 세단과 비교해 유지비가 훨씬 많이 든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타는 순간의 만족도는 높지만, 고장 이후의 후폭풍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섣불리 접근하기 어려운 브랜드다.
그럼에도 드림카를 원한다면
물론 이들 브랜드를 중고로 구매하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리스크를 제대로 알고 대비한다면 합리적인 가격에 프리미엄 브랜드의 오너가 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안전장치는 제조사 보증 기간이 남아있는 차량을 선택하는 것이다. 보증 기간이 끝났다면, 구매 전 신뢰할 수 있는 사설 정비소에서 종합적인 점검을 받는 것이 필수다.
또한, 연간 수백만 원 수준의 수리비 예산을 별도로 마련해두는 마음의 준비도 필요하다. 차값이 저렴해졌다는 사실에만 현혹되지 않고, 숨어있는 유지비까지 감당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드림카는 진정한 만족감을 안겨줄 것이다.
F-페이스 / 재규어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