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케이블만 꽂으면 인증부터 결제까지 한번에 해결되는 ‘플러그앤차지’ 서비스가 곧 시작된다.
편리함의 이면에 숨겨진 요금 일원화와 가격 상승 가능성에 전기차 오너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플러그앤차지 / 사진=알레고
올가을, 전기차 운전자들의 충전 방식이 획기적으로 바뀔 전망이다. 충전기에 케이블만 꽂으면 인증과 결제가 자동으로 완료되는 ‘플러그앤차지(PnC)’ 서비스가 본격 도입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례 없는 편의성 뒤로 ‘요금 인상’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오너들의 계산기는 복잡해지고 있다. 편리한 자동 결제 시스템이 오히려 가격 경쟁을 없애고, 완속 충전의 이점마저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카드 없이 끝나는 초간편 충전 시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오는 9월 추석 연휴 전 ‘국가 단일 플러그앤차지 체계’의 전국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PnC는 운전자가 충전 사업자에 최초 1회만 차량 정보와 결제 카드를 등록해두면, 이후에는 별도 앱 실행이나 회원 카드 태그 없이 충전기를 꽂는 즉시 충전이 시작되는 방식이다.
전국 대부분 충전 사업자가 참여하는 로밍 서비스에 PnC 기능이 더해지는 형태라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역시 12개 충전 사업자와 손잡고 올해 1분기 내 PnC 지원 충전기를 1,500곳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플러그앤차지 / 사진=포드
편리함의 대가, 요금 일원화의 그림자
문제는 이 편리함이 ‘요금 표준화’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기후부의 로밍 서비스 기준 급속 충전 요금은 kWh당 347.2원, 완속은 324.4원이다. 업계에서는 PnC가 보편화되면 이 가격이 사실상의 전국 단일 요금처럼 굳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충전 사업자 입장에서는 PnC를 통해 타사 회원도 쉽게 유치할 수 있게 되므로, 굳이 회원 요금을 낮춰 출혈 경쟁을 할 유인이 줄어든다. 실제로 국내 73개 사업자 중 33곳의 회원 요금이 이미 기후부 로밍 요금과 같거나 더 비싸다는 조사 결과는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이미 시작된 완속 충전 요금 인상
이런 상황에서 비교적 저렴했던 완속 충전 요금마저 들썩이고 있다. 최근 플러그링크, GS차지비 등 주요 사업자들이 잇따라 kWh당 290원대였던 요금을 320원대로 인상했다. 급속 충전 요금과의 가격 차이가 크게 줄어들면서 ‘집밥’, ‘회사밥’으로 불리던 완속 충전의 경제적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전기차 운전자 커뮤니티에서는 “이러다 급속이랑 완속 요금이 같아지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일부 사업자들이 공동주택 충전기 설치 과정에서 벌인 리베이트 관행이 적발돼 정부 조사를 받게 되자, 그 손실을 요금 인상으로 메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책적 균형점 찾을 수 있을까
논란이 커지자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현재 충전 사업자들의 요금 담합 여부를 조사하는 한편, 공동주택과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충전요금 가이드라인’ 마련을 검토 중이다. 충전 인프라를 늘리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과도한 비용 부담을 지지 않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전기차 충전 시장은 이제 막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기술 발전이 가져온 편의성이 소비자에게 온전히 혜택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시장의 자율 경쟁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정교한 정책적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