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땐 없던 경쟁차, 이젠 위아래로 빽빽하다.
여전히 좋은 차지만 구매 전 확인할 게 생겼다.
EV6 / wikimedia
2021년 기아 EV6가 처음 등장했을 때, 출고까지 1년 이상 기다리는 건 드문 일이 아니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와 800V 초급속 충전 시스템은 당시 국산차 시장에서 확실한 기술적 우위를 상징했다. 3년이 지난 지금 EV6의 상품성은 여전하다.
하지만 EV6를 둘러싼 시장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차의 가치는 그대로인데, 구매를 망설이게 만드는 외부 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아래선 가격, 위에선 체급이 압박한다
EV6 / 기아
EV6가 주춤하는 사이, 전기차 시장은 위아래로 촘촘해졌다. 2,000만 원대 후반에서 시작하는 소형 전기 SUV가 등장하며 가격 경쟁을 주도한다. 출퇴근과 도심 이동이 주된 소비자라면 EV6의 긴 주행거리에 굳이 추가 비용을 쓸 이유가 줄어든다.
반대로 예산을 늘리면 더 큰 차체의 상위 모델이 선택지에 들어온다. 결국 EV6는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애매한 위치’에 놓였다. 모든 걸 잘 갖췄지만, 그만큼 지불해야 할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중고 가격 3천만 원대, 신차 구매자 고민 깊어졌다
EV6 실내 / 기아
신차 시장의 경쟁 심화는 중고차 시세에 영향을 미쳤다. 한때 귀한 몸이었던 EV6 중고 모델이 이제 3,000만 원대를 중심으로 거래되면서 신차 구매자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신차 가격은 친환경 세제 혜택을 받아도 라이트 스탠다드 모델이 4,360만 원부터 시작한다.
여기에 신차 가격 동결이나 각종 할인 프로모션이 더해지면서 몇 년 뒤 되팔 때의 잔존가치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전기차를 3~4년 주기로 교체할 계획이라면, 당장의 할인 혜택과 미래의 감가상각을 함께 따져보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물론 EV6 자체의 매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2,900mm의 넓은 휠베이스, 롱레인지 모델 기준 최대 494km의 주행거리는 여전히 강력한 장점이다. 장거리 운행이 잦고 가족용 차가 필요하다면 EV6는 여전히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EV6 실내 / 기아
다만 판단의 기준이 달라졌을 뿐이다. EV6는 나쁜 차가 된 것이 아니다. 전기차 시장이 기술 과시의 시대를 지나 철저한 ‘가격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구매 이유를 더 명확히 증명해야 하는 차가 됐다.
EV6 / 기아
EV6 / 기아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