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칸 대저택 살던 김좌진 장군 가족,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나앉은 사연

독립운동에 모든 걸 바친 이들의 후손은 왜 더 힘들게 살아야 했나

배우 송일국 MBN ‘데이앤나잇’ 방송화면 캡처
배우 송일국 MBN ‘데이앤나잇’ 방송화면 캡처


독립운동가 김좌진 장군의 외증손자인 배우 송일국. 그의 과거 발언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친일파들은 오히려 가정적이었다”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이들의 가족과 친일 행위로 부를 축적한 이들의 가족이 걸어온 길이 극명하게 달랐다는 현실을 꼬집는 발언이다. 이 역설적인 문장 뒤에는 후손들이 겪어야 했던 아픈 가족사가 숨어있다.

송일국은 지난 5월 MBN ‘김주하의 데이앤나잇’에 출연해 독립유공자 후손으로서의 삶을 털어놓으며 이 같은 이야기를 꺼냈다. 그의 발언은 단순한 비교가 아닌,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배우 송일국 MBN ‘데이앤나잇’ 방송화면 캡처
배우 송일국 MBN ‘데이앤나잇’ 방송화면 캡처


99칸 대저택에서 길거리로, 남겨진 가족의 고난



김좌진 장군은 밖에서는 영웅이었지만, 가족의 입장에서 상황은 전혀 달랐다. 충남 홍성에 위치했던 99칸짜리 대저택은 지금으로 치면 중견기업 총수급의 재력을 의미했다. 하지만 그는 하루아침에 전 재산을 처분해 독립운동 자금으로 쓰고 집은 학교로 만들었다.

송일국은 “가족들은 떵떵거리고 살다가 갑자기 길에 나앉게 된 것과 똑같은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가장은 나라를 위해 만주로 떠났고, 남겨진 가족들은 혹독한 가난과 싸워야 했다. 이는 비단 김좌진 장군 가족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송일국이 친일파 후손을 언급한 진짜 이유



송일국이 친일파를 ‘가정적’이라고 표현한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독립운동가들이 나라를 위해 집을 비운 사이, 친일파들은 가족 곁을 지키며 자녀 교육에 힘썼다. 그 결과 유학을 보내는 등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할 수 있었다.

반면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상황이 달랐다. 그는 “정작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공부는 고사하고 먹고살기도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는 이유만으로 감시를 받거나 제대로 된 교육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우리가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잘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한 대목은 그래서 더 큰 울림을 준다.

이름 없는 희생을 잊지 말아야 한다



송일국은 자신 역시 서른이 넘어서야 조상의 의미와 책임감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할아버지 이름에 먹칠하지 말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으며 자랐다. 이제는 자신의 세 아들에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해준다.

그는 6·25 전쟁에서 전사한 장인의 이야기를 꺼내며 또 다른 교훈을 전했다. 장모와 함께 국립현충원을 찾아 작은 묘비 앞에서 ‘이분이 네 외할아버지’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전율이 일었다고 했다. 김좌진 장군 같은 영웅뿐만 아니라, 이름 없이 사라져간 수많은 병사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