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 친구의 장난이 시작점…50년 음악 인생 뒤흔든 고통
뇌가 특정 소리를 ‘위협’으로 인식, 일상생활까지 무너뜨리는 증상들
사진=MBN ‘김주하의 데이앤나잇’ 캡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사랑밖엔 난 몰라’ 등 수많은 명곡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국민가수 심수봉. 그가 50년 가까이 남몰래 앓아온 희귀 질환을 고백해 충격을 안기고 있다. 그는 특정 상황에서 갑자기 쓰러질 정도의 고통을 겪어왔다고 털어놨다.
단순한 트라우마가 아니었다. 특정 소리에 뇌가 비정상적으로 반응하며 일상을 위협하는 이 병은 중학교 시절 겪은 한 사건에서 시작됐다. 평생 음악과 함께 살아온 가수가 소리 때문에 고통받는 아이러니한 상황. 대체 수십 년간 그녀를 괴롭혀온 병의 정체는 무엇일까.
단순 예민함이 아니었다, 뇌가 소리를 위협으로 인식
사진=MBN ‘김주하의 데이앤나잇’ 캡처
그저 소리에 예민한 수준이 아니었다. 심수봉이 앓고 있는 병의 정식 명칭은 ‘미소포니아 증후군(Misophonia Syndrome)’, 우리말로는 ‘청각 과민증’으로 불린다. 이는 특정 소리에 대해 뇌의 편도체가 위협으로 잘못 인식해 자율신경계를 과도하게 흥분시키는 희귀 질환이다.
이 증후군을 겪는 사람은 특정 소리에 노출될 경우 극심한 불안감과 분노를 느낀다. 심장 박동이 급상승하고, 심한 경우 실신에 이르기도 한다. 단순히 듣기 싫은 소리를 넘어, 생존의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뇌의 오작동인 셈이다. 심수봉은 이를 두고 “소리를 못 듣는 병”이라고 표현했다.
친구의 장난이 남긴 50년 트라우마, 심수봉의 고백
사진=MBN ‘김주하의 데이앤나잇’ 캡처
그렇다면 심수봉은 어쩌다 이 병을 앓게 됐을까. 시작은 사소한 장난이었다. 그는 최근 한 방송 녹화에서 “중학교 때 친구들이 놀라게 하는 바람에 그 이후로 큰 소리에 굉장히 민감해졌다”고 고백했다. 당시의 충격이 뇌에 깊은 트라우마로 각인된 것이다.
이후 그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는 “센 소리가 난다든지 큰 소리가 나는 경우에 쓰러진다”며 “혹시나 해서 항상 귀마개를 하고 다닌다”고 털어놨다. 수많은 관객의 함성과 박수 속에서 노래해야 하는 가수에게 이는 치명적인 약점일 수밖에 없다. 어쩌면 당신이 무심코 낸 큰 소리가 누군가에겐 쓰러질 정도의 고통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고통 속에서도 심수봉은 197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그때 그 사람’으로 데뷔한 이래 한국 가요계에 큰 족적을 남겼다. 판소리 중고제 유파의 마지막 후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그의 음악적 깊이가 재조명되기도 했다. 5대에 걸친 국악 집안의 피를 이어받은 그는 “갓난아이 때부터 발가락으로 박자를 맞췄다”는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심수봉이 자신의 50년 음악 인생과 숨겨왔던 고통을 직접 털어놓는 MBN ‘김주하의 데이앤나잇’은 오는 20일 오후 9시 40분에 방송된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