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집을 노리는 ‘여름 곤충 릴레이’… 동양하루살이 → 러브버그 → ?

지긋지긋했던 ‘러브버그’의 공습이 드디어 끝을 보이고 있다. 6월 말부터 수도권 하을 뒤덮으며 혐오감과 불편을 안겼던 검은 군단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시민들은 방충망과 차량 앞 유리를 뒤덮었던 벌레들의 압박에서 벗어나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여름철 벌레 출몰
여름철 벌레 출몰


하지만 이 평화가 길지 않을 것임을, 우리는 지난 몇 달간의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다. 올여름은 한 종류의 곤충이 아닌, 꼬리를 무는 ‘곤충 릴레이’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 시작은 불과 두 달 전, 5월의 때 이른 더위와 함께 찾아왔다. 밤이 되자 한강 변을 중심으로 마치 ‘5월의 눈보라’처럼 세상을 하얗게 뒤덮었던 동양하루살이 떼가 그 첫 주자였다.

빛을 향해 돌진하는 이 거대한 하루살이들은 사람을 물거나 병을 옮기진 않았지만, 상점의 영업을 마비시키고 아침이면 산더미 같은 사체로 변해 도시 미관과 위생을 심각하게 위협했다.
여름철 벌레, 모기, 매미나방, 러브버그
여름철 벌레, 모기, 매미나방, 러브버그


그 소동이 잦아들자마자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두 종류의 ‘벌레 기둥’이었다. 하수구나 고인 물 근처에서 모기와 비슷한 모습으로 나타나 불빛 아래 거대한 군무를 추는 깔따구와, 짝을 지어 다니는 특유의 모습으로 나타난 러브버그가 그 주인공이었다.

깔따구는 매우 작은 크기로 방충망을 뚫고 실내로 들어와 호흡기나 음식물에 떨어져 불쾌감을 주었고, 러브버그는 느릿하게 날아다니며 몸과 차량을 가리지 않고 달라붙었다. 비록 둘 다 직접적인 해를 끼치는 익충에 가깝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일상에 파고든 불편함 앞에서는 위안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 러브버그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러브버그가 비워낸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진짜 ‘여름 불청객’들이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전 주자들처럼 그저 불편하고 혐오스러운 수준을 넘어, 우리에게 보다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여름철 벌레 출몰, 매미나방
여름철 벌레 출몰, 매미나방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할 것은 녹음이 짙어진 산림과 도심을 동시 공격하는 매미나방이다. 유충 시절 나무의 잎을 닥치는 대로 갉아 먹어 산림을 황폐화시킨 이들은 이제 나방이 되어 빛을 따라 주택가로 날아들 준비를 마쳤다.

이들의 날개 가루는 알레르기성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어, 창문을 뒤덮은 매미나방은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 건강을 위협하는 존재가 된다.

숨 막히는 열대야 속에서 우리의 단잠을 방해할 모기의 공세도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장마철 내내 고여 있던 물웅덩이에서 부화한 수많은 모기는 일본뇌염과 같은 감염병을 매개하는 위험한 해충이다. 윙윙거리는 소리와 가려움은 차라리 사소한 문제다.

결국 근래 우리나라의 여름은 동양하루살이부터 깔따구와 러브버그를 거쳐, 매미나방과 모기로 이어지는 한 편의 ‘계절 재난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이는 기후 변화로 따뜻해진 겨울과 도시의 천적 부재가 만들어낸 새로운 풍경이다.러브버그의 소멸은 여름의 끝이 아닌, ‘여름 해충과의 전쟁’ 2라운드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일 뿐이다.

잠시 깨끗해진 창문 너머로, 우리는 다음 차례를 준비해야 할 때다.

장해영 기자 jang99@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