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억’ 소리 나는 가격으로 성공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메르세데스-벤츠 EQE. 하지만 인천 청라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 이후, 그 위상은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중고차 시장에서 EQE는 ‘폭탄 돌리기’ 취급을 받으며 가격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EQE(출처=메르세데스-벤츠)
“불 난 차, 누가 사겠어요?” EQE 중고차, 찬밥 신세

화재 사고 이후, 중고차 플랫폼에는 EQE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케이카에 따르면 사고 전주 대비 매도 물량이 무려 184%나 증가했다고 한다. 그중 10%는 화재를 일으킨 바로 그 모델, EQE였다.

엔카닷컴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13일 기준 113대의 EQE가 등록되어 있지만, 가격은 신차 대비 5천만 원 가까이 폭락했다. 1억 원이 넘는 고가 차량이 반값에 거래되는 셈이다.

국산 전기차도 ‘불똥’… 아이오닉 5, EV6 가격 하락

EQE 화재의 여파는 국산 전기차 시장에도 미쳤다. 아이오닉 5와 EV6 등 인기 모델의 중고차 가격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엔카닷컴 8월 중고 시세 자료에 따르면, 아이오닉 5는 1.97%, EV6는 1.11% 가격이 떨어졌다.
메르세데스-AMG EQE(출처=메르세데스-벤츠)
벤츠 인증 중고차는 ‘선방’… 하지만 언제까지?

반면, 메르세데스-벤츠 인증 중고차는 아직 큰 타격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3일 기준 평균 중고 시세는 7천만 원대로, 신차 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EQE 매물이 늘어나면 벤츠 인증 중고차 가격도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전기차 중고 시장, ‘매입가 하락’ 검토… 소비자는 ‘웃픈’ 상황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업계에서는 전기차 중고 매입가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기차 수요 감소에 화재 사고까지 겹치면서, 중고차 업체들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매입가가 낮아지면 소비자들이 중고 전기차를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전기차 오너들은 울상이다. “내 차 팔 때는 똥값, 살 때는 괜찮은 가격”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전기차, ‘안전’이 담보되지 않으면 ‘미래’도 없다

이번 사태는 전기차 시장에 던지는 경고 메시지다.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과 세련된 디자인을 갖췄더라도, ‘안전’이 담보되지 않으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전기차 화재는 일반 화재보다 진압이 어렵고 피해 규모도 크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 제조사들은 배터리 안전성 강화에 더욱 힘쓰고, 정부는 관련 규제를 강화하여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안전’이라는 퍼즐 조각이 맞춰지지 않는 한, 전기차 시장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화재로 화제된 그 차’ EQE의 추락은, 우리에게 다시 한번 ‘안전’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이석호 기자 sh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