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의 S클래스’ 명성 그대로…압도적 승차감 뒤에 숨겨진 운전의 한계

3열까지 넉넉한 공간은 장점, 좁은 골목길과 마트 주차장에선 부담

벤츠 GLS / 사진=벤츠
벤츠 GLS / 사진=벤츠


‘SUV의 S클래스’.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상위 SUV, GLS를 수식하는 말이다. 1억 5천만 원이 넘는 가격표는 그 명성을 증명하지만, 실제 소유주가 마주할 현실은 조금 다른 결을 보인다.

압도적인 승차감과 정숙성은 예상 그대로였다. 하지만 2.5톤에 달하는 거구에서 기대하기 힘든 실연비, 그리고 국내 도로 환경에서 오는 현실적인 부담은 이 차의 평가를 복합적으로 만든다. 이 거대한 패밀리 SUV가 가진 명과 암을 직접 확인했다.

거대한 차체에도 연비가 10km/L를 넘긴 배경



벤츠 GLS / 사진=벤츠
벤츠 GLS / 사진=벤츠


공식 복합연비는 7.9km/L. 이 수치만 보면 유지비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 3시간가량 진행된 시승에서 결과는 예상을 뒤엎었다. 도심 구간 약 1시간 주행에서 계기판에 찍힌 연비는 10.4km/L였다.

이러한 효율성의 배경에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시스템이 있다. 3.0리터 직렬 6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에 결합된 전기 모터가 출발과 정차 시 부드럽게 개입해 불필요한 연료 소모를 막는다. 거대한 덩치와 무게를 고려하면 놀라운 경제성이다.

S클래스 명성에 걸맞은 승차감을 완성하다



벤츠 GLS / 사진=벤츠
벤츠 GLS / 사진=벤츠




GLS의 진가는 주행 질감에서 드러난다. 에어매틱(AIRMATIC) 에어 서스펜션은 도로 상태와 속도에 맞춰 감쇠력을 실시간으로 조절한다. 덕분에 미세한 노면의 진동까지 효과적으로 걸러내 장거리 운행에도 피로감이 적다.

실내는 외부 소음이 거의 완벽하게 차단된다. 여기에 부메스터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이 더해져 마치 움직이는 콘서트홀에 앉아있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3,135mm에 달하는 휠베이스는 성인 7명이 타도 넉넉한 3열 공간을 보장하며, 패밀리카로서의 가치를 증명한다.

편안함과 맞바꾼 주행 감각, 그리고 현실적인 부담



최고 출력 381마력, 제로백 6.1초라는 수치에도 불구하고 역동적인 주행 감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2,520kg의 공차중량은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도 날렵함보다는 묵직한 움직임을 먼저 느끼게 한다. 민첩한 코너링을 중시한다면 경쟁 모델인 BMW X7이 더 나은 선택지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차체 크기에서 온다. 길이 5.2m, 너비 2m를 넘는 크기는 국내 마트 주차장이나 좁은 램프 구간에 들어설 때면 운전대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게 만든다. 넉넉한 실내 공간을 얻은 대신, 일상에서의 운전 편의성 일부를 포기해야 하는 셈이다. 결국 이 차는 역동성보다 편안함과 안락함을 최우선으로 두는 운전자에게 가장 적합하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