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 아내 살인 사건’ 의사 남편, 대법원에서 징역 20년 확정…끝까지 반성 없는 피고인
사진 = KBS ‘스모킹 건’ 갈무리
“욕조에서 넘어져 죽었다” 주장, 그러나 곳곳에 드러난 의심스러운 정황
2011년 1월 14일, 유명 의과대학 전공의 4년 차였던 백 씨는 만삭의 아내 박 모 씨(당시 29세)가 욕조에서 쓰러져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모에게 전화를 걸어 “아내가 욕조에서 넘어져 죽은 것 같다”고 알리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기묘한 자세로 욕조에 걸쳐 있는 피해자를 발견했고, 백 씨의 진술에서도 의문점을 발견했다. 그는 아내를 일으켜 세우지 않았으며, 현장을 보존하기 위해 그대로 두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신의 이마와 팔, 등에서 발견된 긁힌 상처들에 대해 “가려워 긁었다”거나 “아내가 긁어준 것이다”라고 설명했지만, 설득력이 부족했다.
부검 결과 드러난 외상과 질식의 흔적
경찰은 사건 초기 백 씨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지 못했으나, 부검 결과 타살 가능성이 제기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에서는 피해자의 목, 얼굴, 팔, 다리 등에서 멍과 외상이 발견되었으며, 특히 기도 내부 점막 출혈은 ‘액사(목 눌림에 의한 질식)’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백 씨는 진술을 번복하며 “누군가 침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집안에서는 침입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후 그는 다시 사고사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말을 뒤집는 등 신뢰를 잃었다.
추가 수사로 드러난 혈흔…거짓말로 드러난 진실
경찰은 부부의 오피스텔을 샅샅이 수색해 안방 침대와 백 씨의 후드티에서 피해자의 혈흔을 발견했다. 이는 피해자가 욕조가 아닌 다른 곳에서 다쳤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또한, CCTV와 통신 기록 분석 결과 백 씨는 사건 당일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었음에도 부재중 전화 49통을 모두 무시했다는 점이 밝혀졌다.
결정적으로, 피해자의 얼굴 상처에서 흘러내린 핏자국 방향이 욕조에 쓰러진 상태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 밝혀졌다. 경찰은 이 같은 증거를 토대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승인했다.
해외 법의학자까지 동원한 방어…하지만 법정은 인정하지 않았다
사진 = KBS ‘스모킹 건’ 갈무리
1심과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망 원인을 ‘목 눌림 질식’으로 판단하고, 백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사건을 파기환송했으나, 검찰의 보강 수사와 추가 증거 제출로 2013년 4월 최종적으로 유죄가 확정됐다.
피해자 가족의 한 맺힌 심정…끝까지 반성 없는 피고인
피해자의 아버지는 사건 발생 이후 약 270일이 지나서야 딸과 태아의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그는 “사위나 사위 가족들 누구에게도 사과를 받지 못했다”며 “한 번이라도 미안하다고 했다면 이렇게 억울하고 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원통한 마음을 토로했다.
백 씨는 끝까지 결백을 주장하며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한 사건으로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만삭 아내 살인 사건’은 20년 형 선고로 종결됐지만, 피해자 가족에게 남겨진 상처는 영원히 치유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지혜 기자 k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