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했던 박나래 집 도난 사건 …제작진, 집 공개 경각심 느껴야 할 때

사진 = MBC ‘나 혼자 산다’ 화면 캡처
최근 방송인 박나래가 수천만 원대 금품을 도난당한 사건이 발생하며, 연예인 자택 공개에 대한 방송가의 관행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피의자는 전과가 있는 인물로 지난 10일 경찰에 체포됐지만, 사건의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자칫 더 큰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만큼, 이번 사건은 단순한 도난을 넘어 ‘리얼리티 예능의 안전 불감증’을 경고하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
‘나 혼자 산다’로 공개된 집,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박나래의 자택은 그가 고정 출연 중인 MBC 예능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여러 차례 상세히 공개됐다. 내부는 물론이고 단독주택의 외관과 위치, 주변 지형까지 방송을 통해 노출됐다. 특히 지난 2월 방영된 582회에서는 가수 박지현이 박나래의 집을 방문하는 장면이 포함됐고, 언덕길을 오르며 찍힌 주변 환경까지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누리꾼들은 방송만으로도 대략적인 주소를 추정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비단 박나래만의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이 같은 집 공개가 특정 프로그램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리얼리티 기반 예능의 유행과 함께 연예인의 일상을 보여주는 포맷은 점점 더 일상화됐고, 이 과정에서 ‘집’이라는 사적인 공간이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있다. 방송뿐 아니라 연예인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비슷한 피해 사례도 존재한다. 이효리는 ‘효리네 민박’ 방송 이후 사생활 침해로 제주도 자택을 처분했고, 모델 한혜진 역시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강원도 별장에 무단 방문이 잦아지자 결국 담장을 설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제작진·출연진의 인식 전환이 필요할 때
리얼리티 예능은 그 특성상 ‘리얼함’을 강조하지만, 그 ‘리얼함’이 반드시 모든 것을 공개하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특히 주소와 위치, 동선 등을 유추할 수 있는 화면 구성은 출연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매우 민감한 요소다. 제작진은 리얼리티를 추구하면서도 출연자의 사적 공간을 철저히 보호해야 하며, 촬영과 편집 단계에서 이를 고려한 제작 가이드라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출연자 본인과 소속사 역시 집 내부 및 주변 정보를 방송에 제공할 때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화제성’이나 ‘공감 콘텐츠’를 위해 사생활을 과도하게 내보이는 것은 결국 자신을 향한 위험을 자초할 수 있다.
공감과 노출 사이, 경계가 필요하다
리얼리티 예능의 인기는 연예인의 인간적인 면모를 궁금해하는 대중의 니즈를 반영한다. 그러나 과도한 노출은 사생활 침해를 넘어 범죄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박나래 사건은 여실히 보여준다.
‘진짜 같은 방송’을 만들겠다는 의욕과 함께, 그 과정에서 출연자의 안전을 도외시해선 안 될 것이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무방비 상태의 일상 공개는 보호막을 스스로 걷어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
방송가의 자정 노력, 지금이 골든타임
방송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연예인 자택 공개와 관련한 안전 문제에 대해 전반적인 점검에 나서야 한다. 제작진은 ‘시청률’과 ‘리얼함’ 사이에서, 출연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균형 감각을 갖춰야 한다.
리얼리티의 매력은 사실성에서 비롯되지만, 그 전제는 출연자의 신변 보호라는 기본 위에 있을 때만 성립할 수 있다. 박나래 사건이 불운한 해프닝으로만 기억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이야말로 방송가 전체가 한 걸음 물러나 ‘리얼함의 윤리’를 되짚어볼 때다.
김지혜 기자 k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