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예능서 시작된 농담이 현실로, ‘조회수 공약’이 불러온 나비효과

“가수 하고 싶지 않았다” 고백에도… 팬들 성원에 결국 소환된 레전드 무대

사진=JTBC 디지털스튜디오 웹 예능 ‘26학번 지원이요’ 캡처
사진=JTBC 디지털스튜디오 웹 예능 ‘26학번 지원이요’ 캡처


초여름으로 접어든 5월 말, 가요계에 흥미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가수가 아닌, 대한민국 대표 배우 하지원이 음악방송 무대에 선다는 것이다. 신곡 홍보도, 프로젝트 앨범 참여도 아니다. 무려 23년 전 발표했던 노래를 다시 부르기 위해서다.

이번 깜짝 복귀의 배경에는 ‘역주행 신드롬’, ‘조회수 공약’, 그리고 ‘23년 만의 소환’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얽혀있다. 도대체 어떻게 잊혔던 노래가 한 배우를 다시 무대 위로 끌어올린 것일까.

오는 30일 방송되는 MBC ‘쇼! 음악중심’ 출연자 명단에 배우 하지원의 이름이 올랐다. 그는 2003년 발표해 당시에도 파격적인 콘셉트로 화제를 모았던 ‘홈런(Home Run)’ 무대를 그대로 재현할 예정이다. 이는 소속사가 기획한 공식적인 활동이 아닌, 순전히 팬들의 열기와 본인의 약속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사진=JTBC 디지털스튜디오 웹 예능 ‘26학번 지원이요’ 캡처
사진=JTBC 디지털스튜디오 웹 예능 ‘26학번 지원이요’ 캡처


“설마 진짜 하겠어?” 반신반의했던 조회수 공약



모든 일의 시작은 가벼운 농담이었다. 지난 4월, 하지원은 유튜브 채널 ‘동네친구 강나미’와 웹예능 ‘26학번 지원이요’에 연달아 출연하며 대중과 소통했다. 여기서 MC인 강남과 기안84는 집요하게 그의 23년 전 가수 활동 시절을 소환했다.

당황한 하지원은 “아무도 이 영상을 안 봤으면 좋겠다”며 얼굴을 붉혔지만, 그의 반응은 오히려 대중의 호기심에 불을 지폈다. 관련 영상 클립과 숏폼 콘텐츠는 순식간에 퍼져나가 누적 조회수 300만 회를 훌쩍 넘겼다.

사진=SBS ‘인기가요’, JTBC 디지털스튜디오 웹 예능 ‘26학번 지원이요’ 캡처
사진=SBS ‘인기가요’, JTBC 디지털스튜디오 웹 예능 ‘26학번 지원이요’ 캡처


상황이 재밌게 돌아가자, ‘26학번 지원이요’에서 기안84와 강남은 그를 부추겼다. 결국 하지원은 “조회수 120만이 넘으면 ‘홈런’ 무대를 다시 하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었다. 팬들은 이 약속을 놓치지 않았다. 목표치는 놀라운 속도로 달성됐고, 농담 같았던 약속은 이제 지켜야만 하는 현실이 되었다.

“가수 하고 싶지 않았다” 흑역사가 역주행 신드롬으로



사실 하지원에게 ‘홈런’ 무대는 썩 유쾌한 기억만은 아니었다. 과거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는 “가수를 하고 싶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바 있다. ‘홈런’은 정식 앨범 타이틀곡이 아닌, 주연을 맡았던 영화 ‘역전에 산다’의 OST였다. 오직 영화 홍보를 위해 잠시 마이크를 잡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사진=JTBC 디지털스튜디오 웹 예능 ‘26학번 지원이요’ 캡처
사진=JTBC 디지털스튜디오 웹 예능 ‘26학번 지원이요’ 캡처


특히 그는 “왜 그런 옷을 입었는지 모르겠다”며 당시의 과감한 무대 의상을 민망해하기도 했다. 누구나 학창 시절의 사진이나 오래된 기록을 보며 이불을 차고 싶은 순간이 있듯, 그에게도 ‘홈런’은 그런 기억 중 하나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2000년대 초반의 감성은 ‘Y2K’라는 이름으로 다시 유행의 중심에 섰다. 당사자에게는 흑역사일지 몰라도, 새로운 세대의 눈에는 신선하고 재미있는 ‘레트로 콘텐츠’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팬들의 뜨거운 반응은 ‘민망했던 과거’를 ‘모두가 즐기는 레전드’로 바꿔놓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언니가 약속 지킬 줄 알았다”, “2026년에 음악중심에서 홈런을 실시간으로 보다니”, “이게 되네” 등 뜨거운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한 배우의 지우고 싶은 과거가 팬들의 사랑으로 다시 빛을 보게 된 셈이다. 23년 만에 돌아온 그의 무대가 어떤 모습일지, 오는 30일 방송에 많은 이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