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하다 마주치면 어떡하지?”
지리산서 발견된 ‘멸종위기 반달가슴곰’

사진=생성형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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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철을 앞둔 지리산에서 예상하지 못한 ‘산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등산객이 오가는 능선 주변 나무 위에서 검은 반달가슴곰이 발견된 데 이어, 하루 뒤에는 도로 주변에 어미와 새끼 곰까지 나타났다. 사진으로 보면 반갑고 신기하지만 산행 중 실제 마주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특히 가을은 반달가슴곰이 겨울을 나기 위해 먹이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시기다. 올가을 지리산 여행을 계획했다면 등산화만 챙길 게 아니라 곰과 마주쳤을 때 행동요령도 한 번쯤 확인해둘 필요가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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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 위에 검은 물체…알고 보니 야생 반달가슴곰

최근 지리산에서는 반달가슴곰 목격이 잇따랐다. 지난 13일 오전 지리산을 종주하던 등산객이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야생 반달가슴곰을 발견했다. 같은 날 화개재에서 토끼봉으로 이어지는 구간에서도 나무를 타고 있는 반달가슴곰이 목격됐다.

다음 날인 14일에는 경남 함양군 마천면 가흥리 도로 주변에 어미 반달가슴곰과 새끼가 함께 나타났다. 곰들은 몇 시간 동안 주변을 돌아다니다 산속으로 사라졌고,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은 인근 주민 등 1600여 명에게 곰 출몰 사실과 행동요령을 알리는 안전문자를 발송했다.

최근 모습을 드러낸 이유 가운데 하나로 계절이 꼽힌다. 가을은 반달가슴곰이 겨울잠을 앞두고 도토리 등 먹이를 적극적으로 찾는 시기다. 나무를 능숙하게 타기 때문에 등산로 주변에서 곰을 찾겠다고 바닥만 살펴봐서도 안 된다.

그렇다고 “지리산 가면 곰을 만난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지리산과 인근 지역에 90여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반달가슴곰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경계해 피하려는 성향이 있다. 실제 산행에서 우연히 마주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사진=지리산국립공원
사진=지리산국립공원


■ 마주쳤다면 사진부터?…가장 먼저 ‘거리 두기’

문제는 우연히 만났을 때다. 멀리 나무 위에서 곰을 발견하면 신기한 마음에 휴대전화부터 꺼내기 쉽다. 하지만 사진 한 장을 더 잘 찍으려고 가까이 가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곰이 멀리 있다면 접근하지 말고 조용히 자리를 벗어나면 된다. 가까운 거리에서 갑자기 마주쳤다면 소리를 지르거나 등을 보이고 뛰기보다는 곰을 살피면서 천천히 뒤로 물러나 거리를 벌리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새끼 곰을 발견했을 때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새끼 혼자 있는 것처럼 보여도 주변에 어미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까이 다가가거나 새끼와 어미 사이에 들어가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먹이를 주거나 사진 촬영을 위해 접근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쉽게 기억하면 된다. 다가가지 말고, 뛰지 말고, 천천히 멀어진다. 지리산에서 곰을 만났을 때 여행객이 기억해야 할 핵심이다.
사진=생성형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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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 걱정된다면 ‘샛길’부터 피하세요

그렇다면 곰이 있는 지리산에서 등산해도 괜찮을까. 국립공원공단이 과거 반달가슴곰 위치정보 약 3만 건을 분석한 결과, 탐방로 10m 이내에서 곰이 관찰된 비율은 0.44%에 불과했다. 사람이 많이 오가는 길을 반달가슴곰이 스스로 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행객 입장에서는 오히려 정해진 탐방로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 더 멋진 사진을 찍겠다고 샛길로 들어가거나 출입 제한 구역을 넘으면 사람이 아니라 야생동물이 주로 활동하는 공간으로 가까워질 수 있다.

지리산 종주 능선에는 사람이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곰에게 알리는 ‘베어벨’도 설치돼 있다. 최근에는 곰 목격 등 특이사항이 생기면 주변 탐방객과 주민에게 안전문자도 발송하고 있다.

결국 곰 때문에 지리산 여행 자체를 피할 이유는 없다. 지정된 탐방로를 이용하고 현장의 안내판과 안전문자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접촉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사진=생서형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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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 보고 싶다면 산속 말고 ‘구례’로

반대로 반달가슴곰을 꼭 한번 보고 싶다면 산속에서 찾아다닐 이유가 없다. 전남 구례에는 반달가슴곰을 안전하게 관찰하면서 지리산의 생태까지 알아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지리산 반달가슴곰 공존센터에서는 ‘우리의 친구 반달가슴곰을 만나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반달가슴곰 관찰과 해설, 전시관 관람을 묶은 프로그램으로 약 1시간20분이 걸린다.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운영하며 회당 정원은 20명이다. 국립공원 예약시스템을 통해 미리 신청할 수 있고 잔여 자리가 있으면 현장 참여도 가능하다. 다만 비가 오면 실내 프로그램만 진행돼 야외 곰 관찰은 어렵다.

가을 지리산 여행의 주인공은 단풍과 천왕봉만이 아니다. 20여 년 동안 복원된 반달가슴곰이 다시 야생에서 살아가는 곳이라는 점도 지리산을 특별하게 만드는 풍경이다.

다만 여행객에게 아름다운 산은 반달가슴곰에게는 매일 먹이를 찾고 새끼를 키우며 살아가는 집이다. 산에서 우연히 만났다면 가까이 가는 대신 거리를 두고, 곰이 궁금하다면 공존센터를 찾는 것. 올가을 지리산을 여행하는 가장 안전하면서도 흥미로운 방법이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