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 열풍과 하이브리드, 두 날개로 날아오른 국산 RV 4대장의 위엄
요즘 아빠들의 최고 관심사는 단연 패밀리카다. 주말 고속도로와 대형마트 주차장, 캠핑장을 둘러보면 특정 몇몇 차종이 시야를 가득 메운다. 2025년 대한민국 아빠들의 드림카는 사실상 4개의 차로 통일됐다. 주인공은 바로 기아 쏘렌토와 카니발, 현대차 싼타페와 팰리세이드. 이 RV 4형제는 올해 9월까지 무려 22만 8,000대나 팔려나가며 시장을 완전히 집어삼켰다.
The 2026 카니발 하이리무진 측정면 (출처=기아)
시대의 부름에 응답하다: ‘하이브리드’라는 신의 한 수
매달 2만 5,000명의 아빠들이 이 차들을 계약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속도라면 지난해 세운 연간 최다 판매 기록(27만 5,000대)을 가뿐히 넘어서 사상 처음으로 연 30만 대 판매라는 새로운 역사 탄생도 멀지 않았다. 이들의 성공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꿰뚫어 본 결과다.
현대차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측정면 (출처=현대차)
코로나19 이후 캠핑, 차박, 장거리 여행 같은 레저 활동이 우리 일상 깊숙이 파고들었다. 자연스레 넓은 공간과 뛰어난 활용성을 갖춘 레저용 차량(RV)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RV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육박한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현대차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실내 디스플레이 (측면=현대차)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결정적 한 방은 바로 ‘하이브리드’ 라인업의 확장이다. 고유가 시대에 접어들면서 자동차 연비는 가족의 살림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은 가장의 마음을 정확히 읽었다. 최근 카니발과 팰리세이드까지 하이브리드 심장을 얹어주며 유류비 걱정을 덜어준 것이다. 조용하면서도 효율적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패밀리카 선택의 확실한 마침표가 됐다.
따로 또 같이, 왕좌를 향한 4형제의 질주
뭉쳐서도 강하지만, 각자의 개성도 뚜렷하다. 4형제는 각자의 영역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 치열한 경쟁의 선두에 선 것은 ‘만능 SUV’ 기아 쏘렌토다. 9월까지 7만 3,691대가 팔리며 명실상부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도심 주행과 아웃도어 활동 어디에도 어울리는 균형감이 인기 비결이다.
기아 쏘렌토 (출처=기아)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 실내 (출처=기아)
전략의 승리, 왕국은 계속된다
현대차그룹의 RV 성공 신화는 완벽한 전략의 승리다. 각기 다른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개성 넘치는 4개의 독보적인 라인업을 구축했다. 그리고 시대가 원하는 ‘하이브리드’와 ‘첨단 안전 사양’이라는 핵심 코드를 누구보다 빠르게 적용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들의 독주를 막아설 뚜렷한 대항마가 보이지 않는 지금, 대한민국 패밀리카 시장의 현대차·기아 왕국은 한동안 굳건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싼타페 하이브리드 측정면2 (출처=현대차)
이석호 기자 sh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