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성적 금기를 깨다
주말 드라마 ‘정숙한 세일즈’와 ‘정년이’가 전하는 진취적 여성상

‘정숙한 세일즈’ 한 장면 / 출처 = 제이티비시(JTBC) 제공
‘정숙한 세일즈’ 한 장면 / 출처 = 제이티비시(JTBC) 제공
사회적 금기를 넘어 욕망에 솔직해진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가 주말 안방극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JTBC의 ‘정숙한 세일즈’와 tvN의 ‘정년이’는 보수적 시대를 배경으로, 사회적 편견과 금기를 깨고 나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려내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정숙한 세일즈’ 포스터 / 출처 = 제이티비시(JTBC) 제공
‘정숙한 세일즈’ 포스터 / 출처 = 제이티비시(JTBC) 제공
JTBC 드라마 ‘정숙한 세일즈’는 1990년대 가상의 시골 마을 금제시를 배경으로, 주부들이 성인용품 방문 판매라는 소재에 뛰어들어 겪는 우정과 성장, 해방감을 담았다. 극 중 주인공인 정숙(김소연)은 남편의 외도와 생계의 어려움 속에서 성인용품 판매를 시작하게 되고, 이를 통해 자유와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게 된다. 정숙과 함께하는 금희(김성령), 영복(김선영), 주리(이세희) 등 마을 주부들 역시 점차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욕망과 억압을 마주하며 변화를 맞이한다. 금희는 우아한 ‘사모님’이라는 틀에 갇혀있던 과거의 모습을 벗어나면서 주체적인 삶의 기쁨을 느끼게 된다.

‘정숙한 세일즈’의 원작은 198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브리프 엔카운터스’로, 사회적 금기 속에서 성적 자아를 찾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풀어냈다. 첫 회 3.9%로 시작한 ‘정숙한 세일즈’는 매회 시청률이 상승해 6회에서는 6%를 기록하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김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이 드라마는 당시 가부장적 사회 속에서 여성들이 겪는 고민과 성적 억압을 유쾌하게 풀어내며, 여전히 남아있는 성에 대한 보수적인 시선들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정년이’ 포스터 / 출처 = 티브이엔(tvN) 제공
‘정년이’ 포스터 / 출처 = 티브이엔(tvN) 제공
tvN 드라마 ‘정년이’는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여성들만의 독자적인 무대, 국극(극의 모든 배역을 여성들이 소화하는 전통 공연)에서 성장하는 윤정년(김태리)과 매란국극단 단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당시 여성들은 사회적으로 한정된 역할에 묶여 있었으나, 국극을 통해 관객의 사랑을 받고 꿈을 이루고자 했던 도전적 삶을 살았다. 주인공 윤정년은 “엄니 손에 죽을 때는 죽더라도 지금은 하고 싶은 걸 해야겠소”라는 대사로 당시 청춘의 열정과 용기를 표현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정년이’의 PD 정지인은 “195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도 여성들은 꿈을 향해 도전했다. 그 시대 사람들과 현재 우리의 모습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극 중 경쟁자인 허영서(신예은), 친구 홍주란(우다비) 등 국극 단원들 역시 다양한 목표와 사연을 가지고 국극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1950년대에는 실제로 국극 배우들이 당대의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끌며 전성기를 누렸다. 여성 중심의 연대와 성취에 대한 욕구는 시대를 초월해 현재의 청년들에게도 큰 감흥을 주고 있다. 대중문화 평론가 정덕현은 “과거를 배경으로 하는 두 드라마는 전통적 여성상에 대한 반기를 들며, 현재 우리 사회에 필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말했다. ‘정숙한 세일즈’가 한국 사회의 성 담론을 과감히 건드렸다면, ‘정년이’는 꿈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을 통해 청년 세대의 정서를 담아냈다는 평이다.

이처럼 ‘정숙한 세일즈’와 ‘정년이’는 보수적 시선을 뛰어넘어 여성들이 각자의 삶을 찾아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려내며, 주말 드라마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김지혜 기자 k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