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업무슈퍼’, 초저가 전략으로 1000개 매장 돌파…韓 도입 가능성은?
사진 = 독자 제공
2000년 효고현에서 첫 매장을 연 업무슈퍼는 당초 식당 등 외식업체를 위한 소매체인으로 출발했지만, 이후 일반 소비자 시장으로 확장하며 현재 전국 1077개 매장을 운영하는 초대형 유통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도 초저가 슈퍼마켓 모델이 등장한 적이 있지만 업무슈퍼와 같은 성공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워 그 차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日 업무슈퍼의 성공 비결…가격 경쟁력과 유통 혁신
1일 일본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업무슈퍼는 초저가 전략, 자체 브랜드(PB) 개발, 유통 구조 최적화, 프랜차이즈 모델 활용 등의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빠른 성장을 이뤄냈다.
업무슈퍼의 창업자 누타마 쇼지로(1954년생)는 1981년 슈퍼마켓 ‘프레시 이시모리’를 오픈하며 유통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1985년 ‘고베물산’을 설립, 2000년에는 일본 효고현에 업무슈퍼 1호점을 열며 본격적인 확장에 나섰다.
업무슈퍼의 대표적인 전략은 초저가 모델과 ‘박리다매’ 전략으로 일본의 대표적인 불황형 소비 브랜드인 ‘다이소’, ‘유니클로’처럼 저렴한 가격과 대량 판매 모델을 결합해 승부수를 던졌다. 대표 상품인 냉동 사누키 우동(5개입 169엔)은 편의점에서 같은 제품을 개당 100~150엔에 판매하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저렴하다. 냉동 파프리카, 햄, 육류, 튀김류 등 다양한 제품도 일본 내 대형마트보다 최대 50% 이상 저렴하다.
또한, PB 상품 확대 및 글로벌 직수입하면서 가격을 낮췄다. 일본 및 자체 공장, 해외 45개국에서 독자적인 PB 상품을 개발하거나 직접 수입해 유통 마진을 최소화했다. 동식품과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쳐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했다.
무엇보다, 비용 절감 위한 매장 운영 방식으로 기존 슈퍼마켓과 달리 상품을 박스째 진열하는 방식으로 인건비와 운영 비용을 대폭 줄였다는 평가다. 프랜차이즈 모델을 도입, 본사의 고정비 부담을 줄이면서 빠르게 매장을 확대했다. 가맹점 로열티를 구매 금액의 1% 수준으로 낮춰 폐점률을 최소화했다.
이 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업무슈퍼는 2011년 400개 매장에서 2017년 800개, 2023년 1051개 매장으로 급속 성장했다. 올해 3~4분기 기준 매장 수는 1077개에 달하며, 운영사인 고베물산의 순이익도 전년 대비 36% 증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사진 = 일본 업무슈퍼의 홈페이지 화면 캡처
과거 한국에서도 업무슈퍼와 유사한 초저가 소매채널이 시도된 바 있지만, 일본처럼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다.
2006년, 하림그룹 계열 NS홈쇼핑이 ‘700마켓’을 출범하며 독일의 초저가형 매장 ‘알디(Aldi)’ 모델을 도입했다. 마케팅 및 인테리어 비용을 줄이고, 취급 상품을 700개로 제한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그러나 상품 구색 부족과 소비자 니즈를 충족하지 못해 결국 2010년 일반 슈퍼마켓인 ‘NS마트’로 변경되었고, 2012년 이마트에 인수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09년, 롯데슈퍼가 ‘마켓999’를 서울 신촌에 오픈하며 또 다른 초저가 신선식품 매장 실험을 시작했다. 생활용품 중심 균일가 매장인 ‘다이소’의 모델을 신선식품으로 확장한 콘셉트였다. 식품을 990원, 1990원, 2990원 등의 균일가에 판매했지만, 운영 효율성과 수익성이 낮아 100개 이상 운영되던 매장이 결국 사라졌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점포 효율화와 수익성 개선을 위해 ‘마켓999’ 상호를 버리고 ‘프레시앤델리’로 브랜드를 변경했다”고 밝혔다.
韓 유통시장, 업무슈퍼 같은 모델 성공 어려운 이유
국내 유통 시장은 이미 창고형 할인점,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 편의점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으며, 업무슈퍼 같은 신규 업체가 자리 잡기 어려운 구조다.
대형 유통업체(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코스트코 등)와 편의점(CU, GS25, 세븐일레븐 등)이 이미 시장을 점유하고 있고, 새로운 초저가 슈퍼마켓이 진입할 경우, 강력한 가격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PB(자체 브랜드) 상품 확대 경쟁 심화도 중요한 이유다. 기존 편의점과 마트들도 자체 PB 브랜드를 강화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PB 상품으로 잘 만들어도 기존 브랜드(칠성사이다, 코카콜라 등)를 뛰어넘기는 힘들다”고 설명한다.
소비자 성향 차이도 있다. 일본 소비자는 초저가 모델을 선호하는 반면, 한국 소비자는 편리성과 브랜드 신뢰도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韓 초저가 슈퍼마켓, 성공 가능성은?
사진 = 유튜브 ‘구 타마일상’ 채널 캡처
그러나 고물가 시대가 지속되면서 초저가 유통 채널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PB 상품 강화 및 비용 절감 전략을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초저가 마켓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의 ‘업무슈퍼’ 성공 사례가 한국 유통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향후 업계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서윤 기자 sy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