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그십 전기 세단의 눈물… 전기차 불안 심리·배터리 논란·하이브리드 역습 ‘삼중고’

벤츠 EQS 중고차 감가, 예상 뛰어넘는 수준. 억대 전기차가 3년 만에 반값으로 뚝 떨어진 이유는 뭘까? 전기차 시장 변화 속 EQS의 현주소.
현행 메르세데스 벤츠 EQS (출처=메르세데스 벤츠)
현행 메르세데스 벤츠 EQS (출처=메르세데스 벤츠)


억! 소리 나던 신차, 중고 시장선 ‘반값 세일’?

메르세데스-벤츠의 야심작, 플래그십 전기 세단 EQS의 중고 시세가 심상치 않다. 불과 3년 전에 1억 4천만 원에 육박하던(EQS 350 엔트리 기준, EQS 450+는 1억 5,700만 원부터) 이 고급 전기차가 중고차 시장에서는 반 토막 난 가격표를 달고 있다.

벤츠 EQE(출처=메르세데스-벤츠)
벤츠 EQE(출처=메르세데스-벤츠)
중고차 플랫폼 엔카닷컴에 따르면, 2022년식 EQS 매물 중 주행거리 5만~10만km 사이 차량들이 6천만 원 중후반대에 거래되는 실정이다. 프로모션을 고려해도 억대였던 신차 가격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폭락’ 수준. 이는 한 등급 아래인 EQE보다도 약 10% 더 가파른 감가율이다. 대체 벤츠의 기함급 전기차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불안한 배터리’ 꼬리표… EQE 화재 불똥 튀었나

EQS 감가 폭락의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자리한다. 우선, 전기차 화재에 대한 소비자 불안감이 크다. 특히 지난해 발생한 EQE 화재 사건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 사건 이후 소비자들은 전기차 구매 시 배터리 제조사를 꼼꼼히 따지기 시작했다.

벤츠 EQE(출처=메르세데스-벤츠)
벤츠 EQE(출처=메르세데스-벤츠)
문제가 된 것은 EQE에 탑재됐던 중국 파라시스(Farasis) 배터리. 공교롭게도 플래그십인 EQS 역시 같은 제조사의 배터리를 사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기피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EQS 350의 1회 충전 주행거리가 440km로 준수한 편임에도, 배터리 성능보다는 ‘제조사 리스크’가 더 크게 부각된 셈이다.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 대세 변화 직격탄

잇따른 전기차 화재 보도는 “전기차=위험하다”는 인식을 확산시켰고, 이는 구매 심리 위축으로 이어졌다. 단순히 EQS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기차 시장 전체의 분위기가 가라앉는 데 영향을 줬다.

메르세데스 벤츠 EQE (출처=메르세데스 벤츠)
여기에 친환경차 시장의 무게 중심이 순수 전기차에서 하이브리드로 옮겨가는 트렌드 변화도 EQS 감가에 기름을 부었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신차는 물론 중고차 시장에서도 수요가 몰리고 있다. 자연스레 전기차 모델들은 상대적으로 외면받으며 중고 가격 하락 압력을 받는 상황이다. EQS 역시 이러한 시장 재편의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한편, 메르세데스-벤츠는 디자인 개선과 상품성 강화를 목표로 EQS의 2차 부분 변경 모델 출시를 준비하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과연 신형 모델 출시가 추락한 EQS의 명성을 되찾아 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석호 기자 sh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