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서울 의료관광에 9000억원 썼다
외국인 200만명이 한국 병원으로
사진=생성형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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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동 쇼핑하고 강남 가서 ‘피부 관리’
요즘 외국인의 서울 여행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오전에는 명동에서 쇼핑하고 점심에는 한국 음식을 먹는다. 오후에는 강남 피부과나 클리닉에서 예약해둔 시술을 받고, 일정이 끝나면 다시 카페나 쇼핑몰로 향한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설지만 ‘관광+의료’를 한 번에 해결하는 여행이다.
실제 돈이 움직이는 곳을 보면 더 놀랍다. 올해 상반기 서울을 찾은 외국인이 카드로 결제한 금액 가운데 쇼핑이 46.4%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의료·웰니스 24.4%였다.
숙박은 10.7%, 식음료는 13.1%였다. 외국인이 서울에서 먹고 자는 데 쓴 카드 금액보다 의료·웰니스 분야에서 결제한 비중이 더 컸던 셈이다.
의료관광 소비액은 지난해 상반기 5563억원에서 올해 9084억원으로 1년 만에 63.3% 증가했다.
강남에 외국인이 부쩍 많이 보이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서울 외국인 카드 소비가 가장 많이 발생한 자치구 역시 강남구였다. 한국인에게 강남역과 신논현역은 회사원과 학원생이 몰리는 익숙한 동네지만, 일부 외국인에게는 ‘한국에 가면 한번 들러볼 곳’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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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인은 피부과, 일본인은 성형외과
더 재미있는 건 국적에 따라 한국에서 찾는 병원도 다르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 의료기관을 이용한 외국인 환자는 처음으로 200만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환자가 몰린 진료과는 피부과였다.
그런데 피부과를 가장 많이 찾은 외국인은 중국인이었다. 중국인 피부과 환자는 약 46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일본인이 약 40만명으로 뒤를 이었다.
성형외과에서는 순서가 뒤집힌다. 일본인이 약 9만8000명으로 전체 외국인 성형외과 환자의 42%를 차지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안과는 몽골인 환자가 가장 많았고 정형외과는 미국인이 1위였다. 건강검진센터 역시 미국인이 가장 많이 찾았다.
‘외국인 의료관광=강남에서 성형수술’ 정도로 생각했다면 실제 모습은 훨씬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피부 관리를 받으러, 누군가는 건강검진을 받으러, 또 다른 사람은 눈이나 관절 치료를 위해 한국행 비행기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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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건 규모다. 지난해 한국 의료기관을 찾은 외국인 환자의 출신 국가는 무려 201개국에 달했다.
가장 많은 중국과 일본뿐 아니라 대만, 미국 등에서도 한국 병원을 찾았다. 전체 외국인 환자의 87% 이상은 서울로 향했다.
특히 피부과 환자가 약 131만명으로 전체의 62.9%를 차지했다. 최근 의료관광이 빠르게 성장한 배경 가운데 하나로 피부·미용처럼 비교적 여행 일정에 넣기 쉬운 의료 수요가 꼽힌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더욱 묘한 풍경이다. 평소 출퇴근하며 무심코 지나치던 강남의 수많은 피부과 간판, 예약하기 귀찮아 미뤄둔 건강검진, 집 근처에서 쉽게 찾는 병원이 외국인에게는 한국행을 결정하는 이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K팝을 듣고 한국에 관심을 갖고, 한국 화장품을 사용하다가 아예 한국에 와서 피부 관리를 받는 흐름도 이제 낯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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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한국 여행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한국 화장품을 사가는 것이 K뷰티 관광의 대표적인 모습이었다면 이제는 한국에서 직접 피부·미용 서비스를 경험하는 단계까지 넓어졌다. 실제 지난해 외국인 환자와 동반자가 한국에서 의료관광을 위해 지출한 금액은 12조5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서울 여행도 마찬가지다. 경복궁을 보고 명동에서 쇼핑하는 전통적인 코스에 피부과와 웰니스, 성수동 카페와 한강 같은 일상형 관광지가 함께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국인 눈에는 평범한 강남의 한 건물이 외국인에게는 꽤 신기한 여행지가 될 수 있다. 한 건물 안에 피부과와 성형외과, 약국이 있고 몇 걸음만 가면 올리브영과 맛집, 카페가 줄줄이 이어지는 풍경 말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외국인들이 서울 의료관광에서 긁은 카드 금액은 9000억원을 넘었다. 우리가 해외여행에서 온천과 마사지, 쇼핑을 일정표에 넣듯 누군가는 서울행 비행기표를 끊으며 ‘강남 피부과 예약’부터 일정표에 적고 있다.
한국인에게는 병원 가는 날이지만, 외국인에게는 그것도 서울 여행의 하루가 된 셈이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