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전기차 사업 축소 결정하며 28조 원대 천문학적 손실 기록
LG엔솔·SK온 합작 무산 및 대규모 계약 해지로 국내 업계 직격탄

테슬라 모델 3 광고 / 사진=테슬라
테슬라 모델 3 광고 / 사진=테슬라




미국 자동차 시장의 상징인 포드가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며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이로 인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수조 원대의 계약 해지 통보를 받는 등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의 늪에 빠지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까지 겹치며 시장의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했다.




포드 전기차 사업 대폭 축소 결정





트럼프 대통령 / 사진=백악관 홈페이지
트럼프 대통령 / 사진=백악관 홈페이지


포드는 최근 전기차 사업 계획을 전면 재조정하며 향후 3년간 약 28조 6천억 원(195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회계에 반영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실적 부진을 넘어선 구조적인 전략 수정으로 해석된다. 포드 측은 고가 전기차 모델에 대한 시장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며, 향후 하이브리드 차량과 보급형 저가 전기차, 그리고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분야로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특히 포드의 전동화 전략을 상징하던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의 생산 중단 결정은 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F-150 라이트닝은 출시 초기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 판매량이 전년 대비 70% 이상 급감하며 재고가 쌓이는 실정이다. 포드는 이를 대신해 주행거리가 대폭 연장된 차세대 모델(EREV) 개발로 선회하며 700마일 이상의 주행 거리와 강력한 견인 능력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마음을 다시 잡겠다는 계획이다.



F-150 라이트닝 / 포드
F-150 라이트닝 / 포드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직격탄



포드의 급격한 태세 전환은 한국 배터리 산업에 즉각적이고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포드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던 SK온은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운영 방식을 변경하며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게 됐다. 켄터키 공장은 포드가, 테네시 공장은 SK온이 각각 독자 운영하기로 합의하면서 양사의 시너지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 / 사진=백악관 홈페이지
트럼프 대통령 / 사진=백악관 홈페이지





더 큰 문제는 LG에너지솔루션이다. 포드 측의 일방적인 전략 수정으로 인해 12월 중순에만 무려 13조 5000억 원 규모의 수주 물량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포드와의 9조 6000억 원대 배터리 공급 계약이 해지된 데 이어, 미국 배터리팩 제조사와의 3조 9000억 원 규모 계약까지 연달아 취소되면서 열흘 만에 조 단위의 매출 기대치가 증발한 것이다. 이는 국내 배터리 업계가 특정 완성차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기고 있다.




테슬라도 피하지 못한 규제 리스크



전기차 시장의 선두 주자인 테슬라 역시 순탄치 않은 연말을 보내고 있다. 캘리포니아 차량관리국(DMV)은 테슬라가 사용하는 ‘완전자율주행(FSD)’ 및 ‘오토파일럿’이라는 용어가 소비자로 하여금 차량이 스스로 운전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행정판사는 테슬라의 제조 및 판매 면허를 30일간 정지시키는 강력한 제재안을 권고했다. 현재 60일의 시정 기간이 부여된 상태지만, 기한 내에 광고 문구가 수정되지 않을 경우 테슬라는 본거지인 캘리포니아에서 영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다.




트럼프 리스크와 시장의 변화



이러한 시장 위축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공언해 온 대로 전기차 구매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폐지하고 연비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는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드라이브와 정반대되는 행보로,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의지를 꺾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연합(EU) 또한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시점을 유예하고 배출가스 감축 목표를 하향 조정하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섰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러한 시장 흐름 속에서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 호조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셈법이 복잡해졌다. 미국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 위주의 전략이 유효하지만, 유럽 등지에서는 여전히 소형 전기차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에 지역별 맞춤형 전략 수립에 따른 비용 증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포드의 백기 투항과 트럼프발 정책 변화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새로운 방정식 풀이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